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제한적 지상전’ 카드를 꺼내들면서 그간 지지부진했던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IS격퇴전에 미군의 주도적 역할을 요구하는 여론과 새로운 중동전쟁을 반대하는 여론 사이에서 고민하던 오바마 대통령이 사실상 처음으로 새로운 전쟁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IS격퇴전이 장기화될 경우 전면적 지상전으로 빠져들 수도 있고, 전황에 따라 여론이 달라질 수도 있다.
◇‘제한전’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할 수도= 오바마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의회에 IS를 상대로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는 3년 기한의 무력사용권(AUMF) 승인을 공식 요청했다. 미국이나 동맹국 인력 구출작전, IS 지도부를 목표로 한 군사작전 등 구체적인 사례를 한정하긴 했지만 ‘특수부대를 동원한 지상전 전개’를 천명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또 다른 중동의 지루한 지상전에 끌려 들어가서는 안 된다”면서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처럼 전면적 지상군 투입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투입 방법이나 규모, 작전 구역 및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점에 주목해 ‘전면적’이라는 말을 뒤집어보면 ‘제한적’ 정예 특수부대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지상전 수행으로 성과를 극대화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표면적으로는 의회에 요청하는 과정을 통해 군사적 작전권을 백악관 스스로 제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회가 대통령에게 무제한적 전쟁 수행 권한을 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간 오바마 정부의 방침과는 달리 상황에 따라 전면전으로 비화되더라도 더 이상 의회의 제어가 미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까지 2001년과 2002년 조지 W.부시 정부 당시 의회를 통과한 AUMF에 근거해 별도의 승인절차 없이 대(對)테러 및 IS 격퇴전을 수행해 왔다. 여기에 미 의회가 13년 만에 새로운 전쟁 법안을 승인하게 되면 범위야 어찌됐건 오바마 정부는 ‘지상군 사용’이라는 또 하나의 권한까지 양손에 쥐게 된다. 특히 NYT는 “새로운 무력사용권의 시한을 3년으로 제한했지만 다음 정부가 재승인에 성공 한다면 테러조직에 대한 대응을 천명한 2001년 AUMF도 함께 재생되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외교협회 미카 젠코는 “(이번 승인에 대해) 정치인들은 전쟁에 제한을 두었다고 설명하겠지만 실제 전쟁을 수행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제한이 적용되기 어렵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군에 재임기간동안 원하는 만큼 확장된 방법으로 전쟁을 수행할 능력을 준 셈”이라고 설명했다.
◇4월 모술 탈환전이 전세 가늠할 계기= 지상군 투입으로 예상되는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오는 4월로 예고된 이라크 정부군의 대규모 ‘모술 탈환전’에 미군 정예 병력이 동참하는 것이다. 대규모 공습 이후 미 특수부대 등 연합군 지상병력이 이라크 제2도시이자 이라크 내 IS 거점인 모술을 수복하겠다는 복안이다.
미 특수부대와 이스라엘, 요르단, 영국 특수부대의 협업을 통한 인질 구출작전과 IS 지도부 무력화·섬멸 작전도 점쳐진다. 이 경우 IS의 총 본산으로 알려진 시리아 라카 지역에 정보수집과 병력운용이 집중될 전망이다. 특히 IS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비롯한 지도부가 공습 우려 등으로 수시로 거처를 옮기기 때문에 특수부대를 통한 동시다발적 기습 침투가 필수적이다. 이밖에 쿠르드군, 이라크군과 연계해 IS의 돈줄인 유전지대 바이지, 최근 최대 격전지인 코바니 인근 등 IS의 주요 거점에 대한 기동타격도 예상된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오바마,IS 상대 ´제한적 지상전' 언급…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보니
입력 2015-02-12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