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속에 숨은 애환 이해해야"… 심상철 고법원장 취임 일성

입력 2015-02-12 16:58

심상철(57·사법연수원 12기) 서울고법원장은 12일 오전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소속 법관들 및 직원들에게 “분쟁 속에 숨어 있는 애환과 고통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심 원장은 취임사에서 “법정에서 정중한 태도로 당사자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재판 진행에 애써 달라”고 밝혔다. 그는 “재판에 대한 신뢰를 쌓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 헌신이 요구되는 반면 어렵게 쌓아 올린 신뢰가 적절하지 못한 법정 언행으로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에서 원만한 소통은 우선 잘 듣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헤아리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재판의 신뢰구축을 위해서는 구술심리와 공판중심주의를 실현해 자신의 운명이나 재판이 밀실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심 원장은 또 항소심의 적정한 심리범위와 증거채부와 관련해서도 “어떤 기준과 잣대로 판단할 것인지에 관한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다”며 “재판의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충분한지, 만족할 만한지, 조금은 여유 있는 마음과 자세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 기준이 재판부마다 제 각각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에게 혼란을 주어서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 원장은 전주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광주지법원장, 서울동부지법원장을 거쳤다. 평소 소송당사자에게 주장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는 재판진행으로 신뢰를 받아왔다. 음주운전으로 단순사고를 낸 경찰공무원에 대한 해임이 정당하다는 판결 등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소송대리인이 없는 당사자에게 재판장의 석명사항, 후속 절차안내 등을 기재한 ‘법정용 안내 메모지’를 작성?교부하여 민원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법원행정처 조사심의관 재직 시 근대사법 100주년을 기념하는 법원사 편찬 작업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