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뜨거운 감자 이완구 앞 시험대

입력 2015-02-12 16:50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게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통과시키기도, 낙마시키기도 애매한 ‘뜨거운 감자’ 같은 존재다. 이 후보자가 총리로서는 흠결이 많지만 야당이 끝까지 반대투표에 나서 낙마할 경우 충청발(發) 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이 12일 ‘국회 본회의 16일 연기’를 제안한 것은 문 대표와 당에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 이 후보자에 대해 “총리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또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후보자에 대해 “두 번의 (총리 후보자) 낙마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라 웬만하면 넘어가려 했으나 더는 그럴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준 반대에 당력을 쏟아 붓진 않는 모습이었다. 문 대표는 이날 취임 이후 첫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했지만 이 후보자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날 기자들과 만나서는 “기본적으로 원내대표부가 청문위원들과 함께 결정할 사안”이라며 다소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는 애초부터 ‘본회의 참석 후 반대투표’ 시나리오에 소극적이었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본회의를 연기시킨 뒤, 이 후보자에 대해 날로 악화되고 있는 여론의 힘을 빌려보려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 압박으로 이 후보자를 자진 사퇴시키거나 새누리당의 부담을 키우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이런 입장은 문 대표가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호남 총리론’ 발언으로 충청권의 거센 반발에 불렀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적극적으로 인준 불가에 나설 경우, 수면 아래 있던 ‘호남총리’ 발언이 다시 불거질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표결 불참은 간접적 반대, 반대투표는 직접적 반대 의사 표시로 해석된다”라며 “표결에서 반대할 경우, 당이 이 후보자 개인을 겨냥하는 모습이 돼 문 대표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은 이날도 기자회견을 열어 문 대표의 ‘호남총리’ 발언을 맹비난하며 ‘호남 대 충청’ 프레임을 짰다.

새정치연합은 국회 본회의를 16일로 연기하면서 일단 시간을 벌었기 때문에 이 후보자와 새누리당을 압박하는 데 총력을 쏟아 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재선의원은 “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로 냉각되고 있는 정국을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문 대표의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