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지키기에 앞장 선 이들은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지도부였다.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속전속결로 채택해 본회의의 길을 열어준 한선교 정문헌 의원도 한때 친박(친박근혜)이었다 지금은 소원해졌거나, 애초부터 비박 인사다. 당 안팎에선 이 후보자 인준을 계기로 계파갈등 해소의 물꼬가 트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설 연휴 이후로 연기해달라는 새정치민주연합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김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에서 여러 의혹을 이유로 총리 인준에 반대하는 의사는 충분히 표명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야가 어렵게 합의한 본회의 일정을 연기해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어 “내각을 총괄하는 국무총리직은 단 하루라도 비워둘 수는 없는 매우 중요한 자리”라며 ‘국정공백 위기론’을 폈다. 유 원내대표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잡도록 여러 차례 설득했다. 정 의장이 제시한 본회의 일정 변경 중재안도 받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5월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취임하면서 친박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세월호 참사 수습을 거쳐 박근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기까지 친박의 물밑 지원을 받았다. 박 대통령이 인사청문회가 있었던 지난 10일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회동한 것도 임명동의안 처리 협조를 부탁하기 위한 측면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 과반 의석(158석)을 점유한 새누리당은 본회의를 단독으로 열 수 있지만 ‘반란표’가 나올 경우 과반 찬성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의 ‘표 단속’은 그래서 필요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주요 당직을 맡았던 원박(원조친박)이다. 이후 김 대표는 이명박정부에서 원내대표를 지내고, 유 원내대표는 19대 총선 과정에서 개혁적 목소리를 내면서 친박 주류와 멀어졌다. 그랬던 두 사람이 이 후보자 총리 인준에는 일심 단결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친박은 물론 청와대도 비박 지도부에 대한 우려를 많이 덜었을 것”이라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친박 총리' 지켜준 비박들
입력 2015-02-12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