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센인 강제 낙태·단종 국가가 배상하라”

입력 2015-02-12 15:53 수정 2015-02-12 16:16
소록도 중앙공원에 있는 구라탑(求癩塔). 대천사 미카엘이 창으로 한센균을 찌르는 모습이다.

국가가 한센인들에게 자행한 강제 낙태·단종(정관수술)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부장판사 심우용)는 12일 강제 낙태·단종을 당한 한센인들 20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83명에 대해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단종을 당한 피해자 171명에게 3000만원씩, 낙태 피해자 12명에게 4000만원씩 배상하라고 했다. ‘한센인 피해사건 진상규명 위원회’의 운영 기간이 끝나 피해자로 규명을 받지 못한 20명에 대해서는 청구가 기각됐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광주고법 순천지원에서 같은 피해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된 데 이은 두 번째 판결이다. 한국한센인총연합회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의 판결 이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은 항소를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1937년부터 한센인들을 대상으로 시행했던 강제 정관수술을 해방 이후 폐지했다가 1948년부터 소록도 내 부부 동거자들에게 다시 시행했다. 동거 중 임신이 된 경우 여성에게 강제로 낙태를 시켰다. 이 제도는 1990년도까지 소록도를 비롯해 인천 성혜원, 익산 소생원, 칠곡 애생원, 부산 용호농원, 안동 성좌원 등에 설치된 국립요양소와 정착촌에도 그대로 시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