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에 근무했던 30대 남자가 3~4년 전 의약품 거래를 하던 병원의 부부의사 집에서 강도짓을 하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부부의사와 고 3아들은 의기투합해 10억원의 현금을 요구하던 강도를 막았다.
광주서부경찰서는 12일 흉기를 들고 아파트에 침입해 금품을 빼앗으려 한 혐의(강도상해)로 안모(35)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이날 오전 7시36분쯤 광주 화정동 모 아파트 15층 손모(48)씨의 집에 침입해 손씨와 고교 3학년인 아들(18)을 흉기로 위협한 뒤 10억원을 달라고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전직 제약회사 직원인 안씨는 사업실패 등으로 거액의 빚을 지게 되자 지난 2011년부터 1년여 동안 거래를 했던 손씨 부부를 떠올렸다. 밤낮없이 빚 독촉에 시달리던 안씨에게 제법 큰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손씨와 같은 의사인 부인 김모(49)씨 부부는 재산이 많을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손씨 부부의 집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안씨는 치밀하게 강도행각을 준비했다. 안씨는 이날 손씨 부부의 출근시간에 맞춰 흉기와 휘발유가 든 500ℓ 생수병 4개, 노끈, 마스크 등을 배낭을 어깨에 맨 채 현관 밖에서 기다렸다. 안씨는 손씨가 등교하는 아들과 함께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돈을 내놓으라며 흉기를 들이댔다. 집 안으로 들어간 안씨는 직후 손씨 부자에게 서로 몸을 묶으라며 배낭 속에 있던 청테이프를 던졌다.
하지만 안씨의 위협에 손씨 부자는 굴하지 않았다. 손씨는 흉기를 든 안씨와 현관과 거실사이의 좁은 공간에서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고3 수험생인 아들도 아버지를 도왔다. 손씨 부자의 반항에 당황한 손씨는 흉기를 휘둘렀고 이 과정에서 손씨의 아들은 목 부위를 다쳤다. 거실에서 배웅을 하다가 안씨와 남편, 아들 간의 난데없는 난투극을 목격하게 된 부인 김씨도 기지를 발휘했다. 즉각 경찰에 신고전화를 한 뒤 1~2분 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에게 현관문 비밀번호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발송해 경찰관들의 진입을 도왔다.
경광등을 켜고 재빨리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테이저건을 쏘아 안씨를 순식간에 제압했다. 출근길에 강도로부터 봉변을 당할 뻔 했던 손씨 일가족이 경찰의 도움을 받아 강도를 격퇴하는 순간이었다. 부인 김씨는 안씨가 뿌린 휘발유를 뒤집어 쓴 남편과 아들의 몸에 불이 붙지 않도록 막기 위해 소화기를 직접 분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화기 분말을 잔뜩 뒤집어 쓴 안씨는 경찰의 철창신세를 지는 신세가 됐다. 경찰은 안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동기와 함께 과거 직장동료 등을 상대로 공범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될 당시 해당 아파트 주변에서 순찰 중이던 지구대 직원들에게 신속한 출동 지령을 내려 현장에 1~2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며 “용감한 손씨 부자와 부인 김씨의 대처가 신속한 검거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거래하던 의사 부부에 ˝10억 내놔˝… 난투끝에 붙잡힌 전 제약회사 직원
입력 2015-02-12 1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