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통령에 댓글 판사”, 현직 부장판사가 1만건 악플러

입력 2015-02-12 09:21 수정 2015-02-12 09:34
사진은 지난해 6월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재판이 열렸던 광주지법 201호 법정. 기사와 관련 없음. 국민일보DB

“판사라고 하지 마라. 정권의 개라고 해라”

“이거 완전 일베충스타일이네. 부장판사라~햐~”

“이런 인간이 판사라니. 억울한 사람 많았겠다”

“댓통령에게 딱 맞는 댓글 판사, 이 정권은 모든 게 댓글로 통하네”

현직 부장판사가 2008년부터 최근까지 익명으로 1만건에 달하는 막말 댓글을 상습적으로 달아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이 들끓고 있다. 대법원은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12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수도권 법원에 근무 중인 A부장판사는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다음·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5개의 서로 다른 아이디와 닉네임을 사용해 뉴스 기사와 다른 사람들의 댓글에 혐오성 댓글을 달아왔다.

댓글을 단 분야는 주로 법조·정보통신·정치·사건사고 관련 기사들이었다. 자신이 판결을 선고했거나 맡고 있는 사건에 관한 기사에도 댓글을 달았다.

이 판사가 단 댓글의 수는 발견된 것만 약 9500개에 이른다. 하루에 10여개의 댓글을 남기기도 했고, 댓글 상당부분은 업무 시간 중에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A부장판사가 단 댓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신이 맡은 재판 기사 관련 댓글

“1년6월이 가볍다고 다들 난린데 기사를 읽어보라”(미성년자를 성추행한 피고인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뒤 관련 기사 댓글)

“보통 치정관계로 목졸라 살해하면 징역 10년이 선고된다”, “건전한 상식이 마비된 건 저런 살인마나 정치 중독자들이나(똑같다)”(살인 혐의로 기소돼 자신에게 배당된 사건의 피고인에 대한 첫번째 공판 관련 기사 댓글)

상습적인 전라도 비하

“전북 부안…”(최근 명동 ‘사채왕’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해 징계를 받은 최민호 판사 관련 기사 댓글, 실제 최 판사는 그 지역 고등학교 졸업)

“너도 김용철 변호사처럼 뒤통수 호남 출신인가?”(삼성 직원의 ‘삼성 특검’ 관련 증언 기사 댓글)

“전라도에서 시민의 상식이란 새누리당에 대한 혐오감”(안도현 시인의 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기사 댓글)

“(판사가) 전북 정읍 출신답게 눈치 잘 보고 매우 정치적인 판결을 했네요”(후보 매수 혐의로 기소된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3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는 기사 댓글)

그는 일부 네티즌들이 호남 지역을 비하하며 사용하는 ‘전라디언’이라는 표현도 썼다.

과거사에 편향된 인식

“지가 무슨 민주화 인사쯤 되는 줄 착각하나보네. (생략) 배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맨 니 자신이나 탓하세요”(유서대필 사건의 피해자인 강기훈씨 관련 댓글)

“이런 거 보면 박통, 전통 시절에 물고문, 전기고문했던 게 역시 좋았던 듯”(이명박 정부 시절 BBK 사건에 대해 네티즌들이 비난 댓글을 달았을 때)

저열한 표현 남발

A부장판사의 댓글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표현은 ‘저능아’ ‘도끼로 ×××을 쪼개야’이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촛불폭도’로 지칭한 뒤 기사 내용과는 상관없이 폭력적이거나 적대적인 내용의 댓글을 올린 경우가 많다.

“촛불폭도들도 그때 다 때려죽였어야 했는데 안타깝다”, “도끼로 XXX을 쪼개기에도 시간이 아깝다”(집에 들어온 도둑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 기사 관련 댓글)

“빨갱이 한 놈 잡는 데에 위조쯤 문제되겠나”(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서 ‘증거조작’ 문제가 불거졌을 때 관련 기사 댓글)

“실수로 집단 분신자살하면서 경찰 한 명 애꿎게 같이 죽은 사건”(용산 참사 관련)

“미니스커트 입고 다니는 여자애들은 갑자기 차선 침범해 들어간 자기 차를 애써 피하려고 운전대를 돌리다 다른 차를 들이받고 사고가 난 차량을 보며 유유히 지 갈 길 가는 얄미운 운전자”(여름철 성범죄 증가 관련 기사)

노무현 전 대통령 상습 조롱

A부장판사는 다수의 댓글에서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죽음이 노무현 전 대통령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기사에서는 “지금 청와대 주인이 노무현이었으면, 유족들의 연이은 비난과 항의에 고민하다 인천 바다에 투신하는 모습으로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줄 텐데 그게 좀 아쉽네”라고 썼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