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긴축정책 폐기와 구제금융 재협상 요구를 논의하기 위한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가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렸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들은 그리스의 타협안을 수용할지 여부에 대해 논의했으나 독일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유럽연합(EU) 전문매체들이 전했다.
그리스 정부는 이번 회의에 앞서 구제금융 재협상 방안의 일부를 철회하는 등 전향적 타협안을 마련했다.
그리스는 전 정부와 채권단이 합의한 구제금융 이행조건의 70%는 유지하고 나머지 30%는 새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함께 마련할 ‘10대 개혁정책'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제의했다.
그리스는 또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끝나는 시점부터 새로운 협상을 체결하기 전까지 유동성을 지원하는 이른바 ‘가교 프로그램'을 제의하고 아울러 구제금융 대신에 EU와 함께 마련한 ’개혁 4개년 계획'을 통해 채무재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그리스 새 정부는 그동안 EU,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등 소위 트로이카 국제 채권단보다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 그리고 EU 지도부 등 채권단을 움직이는 핵심 권력 주체들과 개별 접촉을 통해 그리스 측의 입장을 설득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런 그리스의 노력으로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며 합리적이고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의 부채탕감과 긴축완화를 허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유로존 국가는 협상 타결을 조심스럽게 낙관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재무장관인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그리스 문제의 해결책을 분명히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전날 네덜란드 언론 회견에서 그리스와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이번 유로그룹 회의가 실제적인 해결 방안을 찾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로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독일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그리스가 ‘가교 프로그램'을 원한다면 국제사회가 감독하는 개혁 프로그램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은 프로그램이 없으면 상황은 그리스에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그리스가 현 구제금융 조건 하에서 마지막 분할지원금을 받지 않으면 “다 끝난 것”이라고 말하고 “그리스와 새로운 합의를 논의하거나 그리스에 더 많은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EU 집행위원회의 미나 안드레바 대변인은 이번 회의에서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EU의 한 소식통은 이번 주에 논의를 거친 후 오는 16일 유로그룹 회의를 다시 열어 잠정적인 타결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라고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유로그룹 회의, 그리스-독일 구제금융 재협상 이견 여전
입력 2015-02-12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