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협상을 이끄는 그리스 총리와 재무장관의 대(對)독일 메시지 발신이 혼선을 빚고 있다.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을 무시하며 결기를 보였지만,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쇼이블레 재무장관을 상찬하며 구애하고 나선 것이다.
시기가 겹친 것은 공교롭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회담과 유럽연합(EU) 정상회의라는 고비를 앞두고 그리스의 다급함을 방증하는 것으로도 읽혔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11일(현지시간) 주간지 슈테른과 인터뷰에서 전례 없는 정치인 ‘품평'을 내놨다. 먼저 메르켈 총리를 두고 “유럽에서 비교할 대상이 없을만큼 압도적으로 영민한 정치인”이라고 했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도 했다.
쇼이블레 장관에게는 “지적재산권을 가진 유럽의 유일한 정치인”이라는 평가와 함께 유럽 통합에 헌신한 뼛속깊은 연방주의자라는 ‘헌사'를 아끼지 않았다.
독일 통일 직전부터 서독 내무장관을 지내며 통일조약을 성안하는 등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백전노장 쇼이블레의 이력을 고려한 극찬이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독일인들에 대해서도 “프랑스인이나 우리 그리스인들보다 나은 유럽인들”이라는 말로 유럽시민으로서의 독일인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치프라스 총리는 전날 밤 의회 연설에서 독일의 압박에도 구제금융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의를 밝히는 과정에서 정반대 톤의 언급을 내놓았다.
그는 “쇼이블레가 얼마나 요구를 하든 우리는 구제금융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겠다. 구제금융과 억압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다시 돌아가는 일은 없다”고 말한 것이다.
독일을 자극하는 이 발언이 전해지자 독일 집권 기독교민주당(CDU)-기독교사회당(CSU)연합의 미하엘 푹스 원내부대표는 현지 언론에 “그리스 새 정부에 대한 나의 신뢰는 이미 깨졌다”면서 “대연정 세력의 다수가 나와 생각이 같다”고 말했다.
푹스 원내부대표는 그 여파로 “독일 연방의회 내에 그리스를 추가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줄어들어서 이젠 거의 없다”고 덧붙여 냉랭한 독일 정치권의 분위기를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그리스 다급해 졌나…총리 따로, 재무장관 따로
입력 2015-02-12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