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로 여야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금은 신경전 단계지만 언제든지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의 입장은 명확하다. 12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 인준 표결을 단독이라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끝까지 설득하겠지만 그래도 인준 표결에 응하지 않을 경우 다른 선택은 없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 인준을 설 이후로 미룰 수 없다는 게 새누리당의 판단이다. 설 연휴 차례상에 이 후보자 논란이 회자되는 상황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12일 오후 2시 여야 합의대로 표결 처리하는 게 현재 우리의 입장”이라고 11일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선택지는 세 가지다. 인준 투표에 참석해 반대표를 던지거나 표결에 아예 불참할 수도 있다. 인준 투표를 뒤로 미루기 위해 국회 본회의 연기를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국회 과반을 차지하는 새누리당이 임명동의안 단독 처리 강행을 결심한다면 걸림돌은 없다. 다만 새누리당이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두 차례 ‘단독’으로 움직여야 한다. 정치적 비판을 받을 수 있겠지만 절차상의 하자는 없다는 얘기다.
우선 이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은 새누리당(6명)이 새정치연합(5명)보다 한 명 더 많다. 새정치연합이 반대하더라도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할 수 있다.
이어 국회 본회의에서 인준동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 과반을 넘게 점하고 있어 단독으로 본회의를 진행해도 이 후보자가 후보자 딱지를 떼고 총리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정치적 역풍이다. 박근혜정부가 ‘독단’ ‘독선’ ‘불통’이라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인준을 단독으로 강행한다면 ‘오만’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각인될 수 있다.
단독 처리는 이 후보자에게도 좋을 게 없다. 이 후보자에게 ‘반쪽 총리’라는 비아냥이 따라다닐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야당과 원만하게 지냈던 이 후보자가 새누리당의 단독 처리로 총리가 된다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의 단독 처리가 현실화될 경우 여야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무성 대(對) 문재인’의 한판 승부가 조기에 점화될 수 있다. 중도·개혁 성향의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지도부에 대해 기존 여당 원내지도부와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새누리당이 단독 처리를 접고 설 이후로 인준 투표를 연기할 경우 이완구 인준동의안은 국회에서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단독 처리가 이뤄지더라도 정국 경색이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호남 총리’ 발언의 굴레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새정치연합이 ‘우리를 밟고 가라’는 식으로 나와 이 후보자 문제를 털려고 하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정국 전망]아직 신경전 단계...전면전 비화 분위기
입력 2015-02-11 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