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설 연휴 전 인준 불가’

입력 2015-02-11 19:52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의 12일 여야 합의처리가 물 건너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1일까지 이틀간 인사청문회를 실시한 결과 ‘인준 반대’ 쪽으로 사실상 당론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의 언론외압 및 병역면제 의혹 등이 부적격 사유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설 연휴 전 단독표결’ 방침을 세우고 있어 여야 간 충돌이 예상된다. 인준이 장기 표류하거나 여당이 강행처리할 경우 국정공백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야 관계는 급속한 냉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두 번에 걸친 총리 후보자 낙마가 있어 웬만하면 넘어가려 했으나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이 후보자의 (언론외압 녹음파일 내용은) 총리 후보자 발언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의원총회를 열어서 인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당 기류는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반대, 설 연휴 전 인준 불가’다.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내 여러 회의체나 당 구성원들 사이에서 반대 기류가 아주 강하게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여야가 합의한 일정대로 12일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하면 된다고 맞섰다. 앞서 안대희·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가 두 번 연속 낙마했던 만큼 빠른 단독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됐다”는 문 대표의 발언에 대해 “어느 특정 개인의 의사를 갖고 (인준이) 된다, 안 된다 이렇게 말할 문제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전면전 등 선명한 대여 강경투쟁 노선을 선언한 문 대표나, 세 번 연속 총리 후보자 낙마를 지켜볼 수 없는 김 대표 모두 물러서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14일까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면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 날인 15일부터 열흘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국회에 보고서 채택을 재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설 연휴 이후로 임명동의안 표결이 늦춰지면서 여야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임명동의안 처리가 야당의 입장에 달린 만큼 일단 문 대표가 키를 쥐고 있다.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은 이 후보자의 고향인 ‘충청 민심’이 최대 고민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충청민심이 이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새정치연합의 대응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가 중요한 셈이다.

문 대표는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호남 총리’ 발언으로 충청권의 반발을 샀다. 총선·대선을 감안하면 이 후보자의 낙마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여론을 지켜보면서 설 연휴를 전후로 모종의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누리당 역시 단독 처리를 해봐야 ‘반쪽 총리’를 탄생시킬 뿐이기 때문에 정치적 절충의 여지가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