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고구려 후손끼리 왜 싸우나”… 2박3일 日 방문일정 마무리

입력 2015-02-11 17:49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8일 동일본대지진 최대 피해지역인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 주민 위로 방문을 시작으로 10일까지 일본에서 정·재계 지도자들을 만났다.

방일 기간에 남 지사는 경기도에 투자하는 외국기업의 절반을 차지하는 일본 기업들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는 한편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역점을 뒀다.

그러나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아베 총리의 전향적 언급이 필요했다. 일본 입장에선 미묘한 문제여서 선뜻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딱딱한 분위기는 고구려 이야기가 풀어줬다. 9일 오전 만난 오스카 다쿠 의원은 ‘1300’이 새겨진 배지를 남 지사에 달아 주며 활짝 웃었다. 그는 한국어로 쓴 ‘고마신사와 고마향’이라는 책도 남 지사에게 선물했다. 이 책에는 “동아시아에 일찍이 국가를 형성했던 고구려. 여러 나라의 맹공을 저지하는 강국이면서도 예술과 문화 등 많은 英知(영지)를 남기며 역사 속에 사라져간 나라에서 넘어온 왕족 高麗王 若光(고려왕 약광)을 모시며 1300년의 긴 역사를 새겨온 고마신사에 아름다운 나라의 숨결이 들려온다”는 등의 고구려 역사부터 일본 열도 이민사가 소개돼 있다.

2016년에 1300년이 되어 대대적인 축제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남 지사는 이후 정·재계 인사를 만나면 가슴의 배지를 보여주며 이 얘기를 꺼냈다.

이날 오후 만난 아베의 강력한 정치 라이벌인 이시바 시게루 특명담당 대신은 “중앙정부 관계가 어려울때는 지방정부가 교류를 통해 풀어주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라며 “오스카 다쿠 의원은 자신의 고등학교, 대학교 후배”라고 친근감을 표했다.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경단련회장은 “축제가 성공하도록 돕겠다”며 “남 지사께서도 한국에 널리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한·일 미래구상 의원들과 간담회에서는 한 의원은 “우리 지역에 ‘하루산’이 있는데 제주도의 ‘한라산’을 따라 지었다”며 “통일 신라 지명이 많이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10일 오전에 만난 누카가 후쿠시로 한·일의원연맹회장은 면담에서 “고구려 후손끼리 왜 싸우나” “형제지간인데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우여곡절끝에 만남이 성사된 아베 총리도 미소를 머금으며 “장래가 촉망되는 의원이다”며 오스카 다쿠 의원을 칭찬했다고 남 지사는 전했다.

고구려 이야기가 불편하고 딱딱할 수 있었던 자리를 편안하고 우호적인 분위기로 바꿔놓으면서 진정성을 갖고 핵심을 공유하게 만든 셈이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