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인천 영종대교 100중 추돌사고 현장에 설치된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짙게 깔린 안개로 가시거리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사고 현장의 상황을 담았다.
인천지방경찰청은 11일 영종대교 서울방향 상부도로 13.6㎞ 지점에 설치한 C19번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사고는 오전 9시40분쯤 서울방향 상부도로 13.9㎞ 지점에서 발생했다. CCTV가 세워진 지점은 사고 현장으로부터 300m 앞선 곳이다. 오전 9시40분부터 6분간의 상황을 담았다.
영상은 도로표면이 보이지 않을 만큼 짙게 낀 안개로 뿌옇다. CCTV가 방향을 바꿀 때마다 바로 밑 도로를 지나는 일부 차량들만 보일 뿐이다. 운전자들의 시야가 얼마나 좁았는지 영상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영종대교 제한속도인 80㎞/h에서 절반 이하로 감속하지 않으면 사고로 멈춘 앞선 차량을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보할 수 있는 시야는 좁았다.
영종대교의 다른 구간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실시간 교통정보 인터넷 사이트 ‘로드플러스’ 홈페이지에서 영종대교 시점과 종점 등 다른 구간에 설치된 CCTV 영상에서도 짙은 안개가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육안으로만 보면 운전자들이 확보할 수 있는 가시거리는 5~7m 수준이었을 것”이라며 “차량용 전조등을 켜도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울 만큼 짙은 안개였다”고 말했다.
다른 구간의 CCTV 영상을 확인한 네티즌들은 운전이 어려울 정도로 짙은 안개 속을 헤쳐 간 운전자들의 불안감을 간접적으로 체감한 듯 몸서리쳤다. 네티즌들은 “이런 안개 속에서 어떻게 운전을 했는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정말 눈앞이 하얗다는 것 말고는 표현할 방법이 없는 안개다” “이런 안개 속에서 과속한 차량이 있다면 엄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사고 현장을 포착한 외국인의 스마트폰 영상도 SNS를 타고 빠르게 퍼졌다. 자신을 대만 출신이라고 밝힌 여성 네티즌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10초 분량의 짧은 영상을 공개했다. 안개 속에서 길게 늘어선 추돌 차량들과 피신한 운전자 및 탑승자들이 영상에 담겼다. 뒤차의 보닛에 들려 올라가거나 방향이 옆으로 돌아갈 만큼 사고의 충격이 컸던 차량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1년간 체류하고 대만으로 귀국하면서 대형사고를 목격한 이 네티즌은 우리나라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인스타그램에서 영상을 삭제했다.
소방당국이 오후 4시30분 현재까지 집계한 사망자는 2명, 부상자는 65명이다. 사망자는 김모(51)씨와 임모(46)씨다. 김씨의 시신은 경기도 고양 명지병원, 임씨의 시신은 인천 서구 나은병원에 안치됐다. 부상자 중에는 외국인 19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 7명, 태국인 5명, 베트남인 2명, 일본인 2명, 러시아인·스위스인·방글라데시인 1명이다. 부상자 65명 가운데 중상자는 7명이다. 중상자 중에는 베트남인 1명도 포함됐다.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인근 지역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경찰은 인천 서부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김철오 기자, 인천=정창교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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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영종대교 100중 추돌사고 현장 CCTV 영상 입수… “뭐가 보이긴 보여?”
입력 2015-02-11 17:03 수정 2015-02-11 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