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평 드라이브 거는 문재인

입력 2015-02-11 16:25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1일 주요 당직에 이른바 ‘비노(비노무현)’계 의원을 전면 배치하며 ‘탕평 드라이브’를 걸었다. 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는 등 동교동계와 호남 끌어안기에도 적극 나섰다.

문 대표는 사무총장에 충청 3선 양승조 의원, 정책위의장에 광주 3선 강기정 의원, 수석대변인에 호남 재선 김영록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취임 후 두 번째인 이번 당직 인선은 지역과 계파를 모두 안배한 인사라는 평이다.

양 총장은 2010년 손학규 전 대표의 비서실장과 2013년부터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대표적인 충청권 정치인이자 손학규계 의원이다. 양 총장은 최고위원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초 사무총장에는 호남 3선 의원을 기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논란이 된 ‘호남 총리론’을 불식시키고, 충청권 민심을 달래기 위한 인선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강 의장은 2008년 정세균 전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정세균계 인사다. 그는 국회 법안 및 예산안 처리과정 등에서 여당 의원들과 여러 차례 충돌하는 등 강경파 의원으로 분류된다. 김 수석대변인은 박지원 의원과 가까운 호남 의원으로 박 의원에 대한 배려이자 ‘호남 소외론’ 확산 차단을 위한 의도로도 풀이된다. 문 대표는 지난 9일 첫 인선에서도 비노계인 김현미 의원과 유은혜 의원을 각각 대표 비서실장과 대변인에 임명한 바 있다.

비노계 인사를 중심으로 단행된 두 차례의 당직 인선에 대해 당내에서는 ‘계파 탕평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노계의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친노 주류로 불리는 사람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계파색이 드러나지 않는 탕평인사로 평가할 만 하다”며 “특히 이번 당직을 맡은 분들이 합리적이고, 할 말은 하는 사람들이라 당분간 안정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당직 인선 후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예우 차원의 방문이지만, 당 대표 경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박 의원과 호남 당심을 향한 화해의 제스처로도 풀이된다. 문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 9일 박 의원에게 전화해 협력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여사는 문 대표에게 “화해와 통합을 위해 앞으로 많이 수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표는 “그런 문제로 여사님이 걱정 안 하시도록 제가 잘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이 여사가 “5월쯤 (북한에) 가려고 한다”고 말하자 문 대표는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어있는데, 여사님께서 확 풀어달라”고 부탁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전날 조사한 여론조사(성인 1000명 대상, 응답률 자동응답 7.5% 전화면접 15.9%,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에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33.2%를 기록했으며,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도 문 대표가 지지율 25.7%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