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똥개? 총각네 야채가게 대표가 쓴 책 내용이?

입력 2015-02-11 13:20 수정 2015-02-11 14:56
사진=인생에 변명하지 마라
“당신은 돈도 받고 싶고 일도 배우고 싶어 하네요. 이건 도둑놈 심보 아닌가요?”

“똥개 마인드로 사는 사람들은….”

이상봉 패션디자이너로부터 시작된 열정페이 논란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에서부터 기업 인턴, 코스프레 사진 촬영까지 사회 곳곳에 퍼져있다. 그런 와중에 ‘열정페이’를 지불하는 사장님 심보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도서가 네티즌들의 몰매를 맞고 있다.

이영석 ‘자연의모든것’ 대표가 쓴 ‘인생에 변명하지 마라’라는 책에서다. 표지부터 ‘돈도 빽도 스펙도 없는 당신에게 바친다’며 범상치 않다. 이 대표는 ‘총각네 야채가게’를 만들어 ‘맨주먹 성공신화’를 쓴 인물이다. 이 대표는 저자소개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이벤트 회사에 취직했으나 능력보다는 편법이 판치는 기업문화에 상처와 좌절만 떠안은 채 그만두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미 한 기업의 책임자다. 경영인의 입장에서 이 대표가 쓴 책의 내용은 최근 고용주가 ‘갑을’ 관계에서 근로자들을 착취하는 사고구조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책에는 이 대표가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의 경험담이 담겨있다. 책의 본문에 따르면 그는 신입사원 채용 때마다 “내가 당신의 가치를 아직 몰라서 그런데, 혹시 급여를 안 받고 일할 수 있습니까”라고 지원자에게 묻는다. 그러면 99%의 사람들은 “그렇게는 일 못한다”고 답한다. 그때 이 대표는 “내가 볼 때 당신에게 일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적어도 3년 정도는 투자해야할 것 같다”며 “그렇다면 당신이 오히려 돈을 내고 배워야 할 것 같은데, 당신은 돈도 받고 일도 배우고 싶어 하네요. 이건 도둑놈 심보 아닌가요”라고 답한다는 것이다.

책에는 “직원을 채용할 때 그들에게 먼저 질문하라 한다”며 “질문 내용만 봐도 그 친구가 똥개로 사는 사람인지 진돗개로 사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똥개 마인드로 사는 사람들은 ‘월급은 얼마예요’ ‘쉬는 날은 언제예요’ 등의 질문을 한다”는 내용이다. 이어 “진돗개 마인드로 사는 사람들은 ‘여기서 몇 년을 배워야 독립해서 일할 수 있나요’ ‘과일 고르는 법은 언제부터 배울 수 있어요’라는 질문을 한다”며 진돗개 정신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건실한 청년 이미지로 언론의 주목을 받아 성공한 이 대표가 ‘갑의 위치’에서 고용주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다”며 격분했다. 최근 사회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열정페이 등 사회적 구조의 모순이 이 대표의 ‘나는 성공했다. 너는 왜 성공 못하냐’ 같은 생각에서 나온다는 지적이다.

해당 책을 소개하는 인터넷 페이지에는 항의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사람보고 똥개라니” “직장 다니는 모든 사람들은 돈 내고 다녀야겠네” “이번 알바몬 사태에서 드러난 자영업자들의 마인드를 보여주는 것 같다” “‘자신에게 가혹하게, 아랫사람에게 더 가혹하게…’라는 기업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다. 기업인보다 더 심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