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 신분증으로… 대출사기 피해자의 눈물

입력 2015-02-11 10:49
사진=보배드림 캡처

누군가 나도 모르게 내 신분증을 위조해 대출을 받고 달아났는데 위조된 신분증으로 공인인증서를 발급해 준 금융기관도 돈을 빌려준 대부업체도 과실이 없다고 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신분증을 빌려준 적 없는 사기 피해자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금융사기 피해자 가족이라고 밝힌 네티즌이 ‘꼭 읽어주세요’라는 호소문을 최근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려 관심을 끌고 있다.

작년말 대출금을 갚으라며 집으로 찾아온 대부업체 직원을 통해 사기 당한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는 네티즌은 금융당국에 민원을 했지만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과실로 보기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그럼, 나는 무슨 과실이 있는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글쓴이의 설명을 보면 저축은행이 자신의 주민증과 사진, 주소, 발급관청이 다른 주민증을 보고 공인인증서를 발급해줬고 대부업체는 그 인증서를 통해 600만원을 대출해 줬다는 것.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에 신분증 식별기가 없다는 것을 잘 아는 범인들이 치밀한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같은 명의도용 피해자가 계속 나오는데 이를 방치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직무유기가 아니냐”며 따져 물었다. 또 “범인을 잡지 못하면 피해자가 돈을 갚아야 하는데 경찰은 사건이 많다며 수사를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있다”며 사법당국의 안일한 대응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끝으로 “재수가 없었다 생각하고 채무를 변제하고 끝낼까요? 아니요, 나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끝까지 싸워야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호소문을 본 네티즌들은 “명의도용 막아야 할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에 면죄부 주고 경찰은 손놓고 있고 피해를 당해도 보호 못 받는 세상” “나몰라라 하는 은행 이젠 못 믿겠다, 돈 날린 서민들만 억울하지” “사기가 드러났는데도 돈은 갚으라니…”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