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형편이 어려운 60대 주부가 택시에 놓고 내린 지갑을 돌려주지 않은 택시기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11일 손님이 놓고 내린 지갑을 가로챈 혐의(점유이탈물 횡령)로 택시기사 하모(53)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하씨는 지난 1일 오후 3시50분쯤 광주 상무지구 한 대형마트 앞에서 손님 이모(66·여)씨가 뒷좌석에 두고 내린 현금 193만원과 신용카드 1장, 예금통장 5개, 신분증 2개 등이 들어 있는 지갑을 주웠으나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부족한 생활비로 사용하기 위해 지갑을 돌려줄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씨의 신고에 따라 수사에 나선 경찰은 택시를 탄 장소부터 목적지인 마트 앞까지 방범용과 사설 CCTV 10개에서 녹화된 화면을 정밀 분석해 용의차량을 찾아냈다. 경찰은 용의자 하씨의 신원을 파악하고 범행을 추궁한 결과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이 10일 동안 끈질긴 추적수사를 벌여 잃어버렸던 지갑을 돌려주자 생활보호대상자인 이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실수로 많은 돈을 분실한 자책감에 며칠간 불면증에 시달렸던 이씨는 고마움의 표시로 현금 10만원을 넣은 봉투를 형사계 사무실에 몰래 두고 갔다. 분실한 지갑을 어렵사리 되찾아준 경찰관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하지만 수사를 담당한 광산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 양태영 경위 등 6명의 경찰관들은 차마 이를 받을 수 없었다. 경찰관들은 이씨에게 연락해 돈 봉투를 돌려줬다. 경찰은 오히려 순간적으로 돈의 유혹을 못 이겨 범죄자로 전락하게 된 택시기사 하씨에게 십시일반 돈을 모아 전달했다. 사건 수사과정에서 하씨의 가정형편도 그다지 넉넉하지 못한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택시기사 하씨의 처지가 딱하지만 사법정의를 지키기 위한 경찰관의 임무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었다”며 “그동안 잠도 이루지 못해온 이씨가 지갑을 찾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택시에 놓고 내린 지갑 돌려주지 않은 기사 경찰에 붙잡혀
입력 2015-02-11 09:24 수정 2015-02-11 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