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투자하고 있는 30대 그룹 상장사 3곳 중 2곳은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기업들도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를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3월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이들 기업을 상대로 의결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 191개 상장사의 국민연금 주식투자 현황(1월16일 기준)을 조사한 결과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107개사였고 이중 60%인 64개 기업에서 국민연금 지분이 대주주 일가보다 많았다.
SK, LG, GS 등 지주회사 체제의 12개 그룹과 상장사가 없는 부영, 국민연금이 투자하지 않은 현대와 동국제강, 총수 일가가 없는 포스코 등 20개 그룹을 빼고 10개 그룹으로 범위를 좁혀도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를 능가하는 기업이 32개사나 됐다.
30대 그룹 상장사 중 국민연금이 단일 최대주주인 곳도 삼성전자, 호텔신라, 롯데푸드 등 8곳이나 됐다.
특히 삼성그룹은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한 13개 상장사 모두 대주주 일가보다 국민연금 지분율이 높았다.
삼성전자의 경우는 지분 7.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다. 이건희 회장(3.38%)을 비롯해 이재용 부회장(0.57%), 홍라희 라움미술관장(0.74%) 등 대주주 일가 지분율은 4.7%로 국민연금의 60% 수준에 불과했다.
삼성그룹 순환출자의 핵심 기업인 삼성물산도 국민연금(12.9%)이 최대주주로, 이건희 회장(1.41%)보다 지분율이 9배나 높았다.
제일기획과 호텔신라는 국민연금이 11.3%와 10.4%로 두 자릿수 지분을 보유한데 반해, 대주주 일가는 보유 주식이 전혀 없었다.
삼성증권·삼성SDI(각 9.2%), 삼성화재(7.0%), 에스원(6.1%), 삼성테크윈·삼성정밀화학(각 5.2%) 등도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보다 높았다.
현대차그룹은 국민연금 투자 계열사 9곳 중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6곳(67%)에서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를 앞섰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부회장, 정성이 이노션 고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 등 대주주 일가가 5.2% 지분을 보유했지만, 국민연금은 7.0%나 보유하고 있었다.
현대모비스도 국민연금 지분율이 8.0%로 정 회장(7.0%)보다 높았다. 기아자동차 역시 국민연금 지분율은 6.7%인데 반해 정 부회장은 1.7%에 불과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대기업 60%, 국민연금이 오너일가보다 지분 많아
입력 2015-02-11 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