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10일 ‘언론외압’ 의혹과 관련된 이 후보자의 녹음 파일을 전격적으로 추가 공개했다.
녹음 파일에 담겨져 있는 이 후보자의 발언은 총리 후보자로서 매우 부적절했고 비판받아 마땅하다는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취재 윤리에 어긋난 방식으로 녹취된 녹음 파일을 폭로한 야당의 행동이 과연 적절했는지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언론외압 의혹으로 정회를 거듭하며 파행됐다. 새정치연합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은 이 후보자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언론인을 대학 총장과 교수로 만들어준 적도 있다”고 발언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이 후보자는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가 오후 들어 “기억 상태가 조금 정상적이지 못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새정치연합 위원들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녹음 파일 공개를 계속 요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위원들은 녹음파일을 틀기 위해선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며 반대했다.
청문회가 정회되자 새정치연합 위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파일에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대로 이 후보자가 “내 친구도 대학 만든 X들 있으니까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주고…”라는 말한 부분이 포함돼 있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관련해선 “여러분(언론인)들도 한 번 보지도 못한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가서…항변을 해봐. 당해봐”라며 기자들을 윽박지르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새정치연합 특위 간사인 유성엽 의원은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자고 양보했지만 (새누리당이) 그마저도 거부해 부득이하게 그 내용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녹음 파일의 생성과 유통 과정에는 문제점이 적지 않다. 파일은 이 후보자가 청문회를 준비하던 지난달 27일 기자들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말한 내용을 이 후보자 동의 없이 몰래 녹음한 것이다. 녹취한 기자가 소속된 한국일보는 “취재 내용이 담긴 파일을 통째로 상대방 정당에게 제공한 점은 취재윤리에 크게 어긋나는 행동이었다”면서 “당사자 동의 없이 발언 내용을 녹음한 것 또한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사적인 자리에서 당사자 동의 없이 녹음된 파일을 전부 다 까서 공개한 것 자체가 정치도의상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매우 부도덕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추가 공개된 녹음 파일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짜깁기됐다”고 주장했고,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이) 악마의 편집이라고 할 것이라 충분히 예상했다”면서 싸움을 이어갔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이슈분석]녹음 파일 전격 공개 정면충돌
입력 2015-02-10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