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박 대통령 증세 관련 언급 취소...착오? 사후조율?

입력 2015-02-10 19:35

새누리당이 “한 번도 증세 없는 복지라는 이야기를 직접 한 적이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공식브리핑에서 전했다가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여당 지도부는 10일 전격 성사된 청와대 회동에서 박 대통령이 증세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고 소개했다. 잠시 후 논란 조짐을 보이자 ‘착오였다’며 뒤늦게 취소했지만, 실제 박 대통령의 언급이 사실이라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청와대 회동에 참석한 새누리당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국회로 돌아와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대통령께서 ‘한 번도 증세 없는 복지라고 직접 얘기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을 소개해 드린다”고 말했다. 또 “경제 활성화가 되고, 법안이 국회에서 잘 통과되면 거기서 발생하는 이득이 복지가 필요한 곳에 스며들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박 대통령이 먼저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나중에 세금 문제를 논의하자는 취지의 말을 한 뒤 이 발언을 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실제 이런 말을 했다면, 정치권의 증세 논의에 대해 전날 “국민을 배신하는 것 아니냐”고 강력히 비판했던 자신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는 박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이자 박근혜정부 복지정책의 기조인 ‘증세 없는 복지’를 사실상 부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이른바 ‘말 바꾸기’ 논란으로 확산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박 대통령은 바로 전날인 9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과연 국민에게 부담을 더 드리기 전에 우리가 할 도리를 다 했느냐”며 정치권의 증세 논의에 쐐기를 박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실제 이 발언을 했는지, 진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후속 질문이 이어지고 논란도 예상되자 새누리당은 혼선에 따른 것이라며 원 의장의 관련 답변을 취소했다. 혹시 모를 논란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청와대와의 ‘사후 조율’에 따른 번복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제가 들은 바로는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라는 말을 직접 한 적이 없다’고 언급한 게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원 의장이 브리핑할 때 대통령께서 그런 말씀을 했다는데 그 부분을 바로잡고 싶어서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원 의장도 이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말씀은 지금 국민이 어려운데 세금 올릴 생각부터 하면 되겠느냐. 정치권에서 우선 경제 활성화부터 하고 증세는 나중에 논의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받아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없었던 걸로 해 달라”고 덧붙였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