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군이 곧 완전철수할 예정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한 고위 미국 관리의 말을 빌려 작년 12월 런던에서 미국, 중국, 아프가니스탄이 처음으로 비공식 회담을 열어 아프간 평화구축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회담 결과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회담개최 수일 전에는 아프간 반군인 탈레반 대표단이 베이징(北京)을 방문했다. 미국, 중국, 아프가니스탄은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또 회동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2년 집권하면서 ‘광폭외교'를 펼쳐온 가운데 나온 것이다.
서방 관리들은 중국이 수십 년간 국내문제에만 치중해온 데서 벗어나 역내 지도자의 위상을 새롭게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중국은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치안이 불안해지면 중국 북서부 위구르족 무슬림 지역의 안정도 흔들릴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의 베이징 방문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중국이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평화협상을 중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 탈레반 지휘관은 탈레반 대표단이 조만간 베이징을 또 찾고 이때 러시아 대표단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경우에 따라서는 러시아도 평화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평화협상은 미국 지원으로 2013년 카타르에서 시작될 듯했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작년 9월 취임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세계은행 재직 당시 중국을 상대해온 경험을 들어 중국의 중재 역할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니 대통령은 지난달 아프간과 중국 간 외교관계 수립 60주년 기념 연설에서 "우리는 중국이 아프간 평화구축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중국은 2001년 미국의 침공으로 권좌에서 축출되기 전에 탈레반 정부와 외교관계를 맺지는 않았지만 무역관계를 맺어왔다. 이런 인연으로 중국은 2002년 이래 탈레반 지도자들과 줄곧 접촉해와 협상 중재에 적임자라는 견해도 나온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중앙아시아 담당 미 국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데이비드 시드니는 WSJ에 "어떤 의미에서는 중국이 아프간에서 (평화구축) 성공을 위해 미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작년 말 대부분 병력을 아프간에서 철수한 미국은 현재 일부 병력만 남겨 여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병력과 함께 현지 군경훈련 등의 임무를 수행토록 하고 있다. 잔류 병력마저도 내년까지 모두 불러들일 예정이다.
연합뉴스
“중국, 미국 빠지는 아프간서 역할 확대 모색”
입력 2015-02-10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