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인사청문회,창과 방패 대결...이완구는 낮은 자세 일관

입력 2015-02-10 16:45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첫날인 10일 창과 방패가 격돌했다. 야당은 언론외압 문제를 필두로 본인과 차남의 병역기피, 부동산 투기, 대학 채용 특혜 등 그간 제기된 모든 의혹을 꺼내들고 압박작전을 펼쳤다. 여당은 이 후보자의 도지사 경력과 가족의 기부금 납부 내역 등을 공개하며 국정운영 능력과 높은 도덕성을 노출하는데 공을 들였다.

언론외압 의혹이 불거졌던 식사자리 녹취록 공개를 두고는 여야 공방이 벌어져 인사청문회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하루에만 “불찰이다” “죄송하다” “잘못했다”며 수십여 차례 사과하고 한껏 몸을 낮췄다.

◇물 만난 야당=야당의 공격은 날카로웠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후보자의 언론관을 꼬집으며 문제의 식사자리 발언을 낱낱이 공개했다. 김경협 의원은 “충남도지사 시절인 2007년에 대전KBS 토론프로그램의 패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파행시켰고, 2009년에도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행하는 패널을 문제 삼으며 대전방송 토론프로그램을 파행시켰다”고 과거 사례를 폭로했다. 김 의원은 “일련의 과정을 볼 때 평소 언론관을 알 수 있다”며 “일회성 실수가 아니다”라고 추궁했다.

도덕성 문제도 집중 거론했다. 같은 당 진선미 의원은 병역기피 의혹에 대한 이 후보자의 거짓 해명을 물고 늘어졌고, 유성엽 의원은 이 후보자와 차남이 여러 차례 신체검사 재검을 요청한 것을 두고 “어떻게든 군대를 안 갈 수 있으면 안 가려고 그런 과정을 거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야당 의원들은 질의 시간이 끝나면 다음 순서의 의원이 앞 의원 질의를 이어받아 계속 공격하는 등 집요하게 이 후보를 압박했다. 이 후보자의 국정철학이나 정책비전을 묻는 질문은 없었다.

◇방어전 펼친 여당=새누리당은 이 후보자 띄우기에 열을 올렸다. 김도읍 의원은 “총리 후보자들이 청문회장에서 말 한번 하지 못하고 낙마하는 무거운 상황”이라며 “상당히 무거운 짐이 어깨를 짓눌렀으리라 본다”고 위로했다. 언론외압이나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 등 야당이 제기한 여러 의혹에 대해 충분히 해명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기회를 줬다. 박덕흠 의원은 이 후보자가 원내대표 시절 일명 ‘김영란법’에 언론인이 포함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던 점을 언급하며 “언론관이 오해받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영석 의원은 “후보자는 40년간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단 한 건의 부정·비리가 없었다”며 “깨끗하고 청렴하다”고 치켜세웠다. 이장우 의원은 충남도지사 시절 태안 기름유출 사고 수습을 하느라 장모상을 챙기지 못한 사실과 이 후보자와 가족이 1년간 여러 사회단체에 모두 1200여만원 상당을 기부한 사실을 언급했다.

◇언론압박 음성파일 공개 논란=여야는 언론외압 파문 원인이 된 녹취록 공개를 둘러싸고 하루 종일 부딪혔다. 입씨름을 벌이다 청문회가 예정시각을 20여분 넘겨 시작됐고, 오후에는 40여분 만에 회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야당은 “실체적 진실을 위해 녹취록 음성을 틀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당은 “명백한 취재윤리 위반”이라며 반대했다.

새정치연합 홍종학 의원은 “(이 후보자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면 녹취록 전체를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고, 진선미 의원도 “공개를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청문회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음성파일을 틀려면 여야 간사와 위원장이 합의해야 한다고 청문계획서에 나와 있다”며 “취재 윤리에 반해 녹취된 음성을 트는 게 합당하느냐”고 막았다. 녹취록 공개 협의가 진행되지 않자 야당 의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음성파일을 전격 공개했다.

◇낮은 자세 후보자=이 후보자는 낮은 자세로 일관했다. 이 후보자는 언론외압 문제에 대해 일절 변명하지 않고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답변 도중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병역 등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미리 준비한 자료를 공개하면서 방어전을 펼쳤다.

이 후보자는 정문헌 의원이 혈액암 투병 사실을 묻자 감정을 추스르느라 입을 앙다물었고 눈물을 글썽였다. 녹취록 내용에 대해서는 “현재 제 마음가짐이나 기억 상태가 조금 정상적이지 못하다”며 “그 일로 수일째 수면을 취하지 못해 정신이 혼미하고 기억이 정확치 못하다. 착오나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