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투트랙 전략 구사

입력 2015-02-10 16:21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취임 이후 선명성과 포용성을 동시에 겨냥한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이 포용전략이라면, 박근혜정부와의 전면전을 거론한 것은 선명한 야성을 드러낸 사례다. 대권을 염두에 둔 문 대표가 이념적·정치적으로 넓은 스펙트럼을 설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우리 당의 뿌리가 깊어지면 왼쪽으로든 오른쪽으로든 가지를 훨씬 더 넓게 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중도와 진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당 대표 취임 직후인 9일 박 전 대통령 묘역을 공식 참배하면서 ‘과거 역사와의 화해’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또 성장·안보 이슈에 대해서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

반면 대여 노선은 초강경 모드다. 세금과 복지 문제를 매개로 박 대통령과의 확실한 각을 세웠다. 이 두 가지는 총선과 대선 이슈다. 때문에 문 대표는 이를 선점하는 동시에 정의당이나 제3의 신당 움직임을 견제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선명성과 포용성이라는 상호 충돌하는 가치를 얼마나 잘 조화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당장 강경파 사이에선 박 전 대통령 묘역참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10일 라디오에 나와 “우클릭이 아니라 좌클릭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인혁당 열사들에 대한 참배가 더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집토끼·산토끼’, ‘좌클릭·우클릭’ 논쟁을 가열시킬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 대표가 얼마나 진정성을 보여주느냐에 초기 행보의 성패가 달렸다는 분석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