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앞둔 태아의 머리는 보통 산모의 뱃속에서 아래쪽으로 향하는 것이 정상인데 간혹 머리가 위쪽으로 향하고 엉덩이가 밑으로 향한 ‘둔위(역아)’ 자세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국내 신생아 중 약 4~5%에서 발견된다. 이럴 때 자연분만을 하면 머리가 아닌 발이나, 엉덩이부터 나오게 되어 머리가 골반에 걸려 나오지 못하는 위험이 있다. 따라서 대부분 제왕절개 분만을 시도한다.
둔위교정술(역아회전술)은 이 같은 위험을 막기 위해 출산 전에 태아의 위치를 바꿔주는 기술이다. 말하자면 둔위 태아를 정상적인 자세로 돌려놓고 자연분만을 유도하는 것이다. 보통 임신 말기인 36~37주인데도 태아가 역아(둔위, 엉덩이가 아래로 있는 자세) 상태로 있을 때 의사가 산모의 하복부를 손으로 밀어 올리면서 머리 방향이 아래로 향하도록 바꿔주게 된다. 마취나 별도의 기구 없이 초음파로 태아의 위치를 보고 심장박동 등을 확인하면서 진행한다.
중앙대병원은 산부인과 김광준 교수팀이 지난 2008년부터 300명의 산모에게 태아둔위교정술을 시술했는데, 이중 210명이 자연분만 유도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0일 밝혔다. 둔위 태아가 정상 태아 자세를 되찾아 자연분만에 성공한 비율이 무려 70%에 이르는 셈이다.
둔위교정술은 의학 교과서나 외국 학회 진료 지침에도 명시된 시술법으로 이미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적극 활용되어 오던 방법이었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한데다 귀찮고 힘도 많이 든다는 이유로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쉽게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제왕절개 시술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둔위 시 제왕절개 수술이 부담이 없어 선호된 측면이 있다”며 “둔위교정술을 가르치고 배울 기회가 많이 없어 국내에서는 생소한 느낌이 드는데 시술 과정을 잘 관찰하고 몇 가지 주의사항을 지킨다면 배우기도 쉽고 안전한 시술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중앙대병원 김광준 교수팀, 거꾸리 태아 자연분만 유도 성공률 70% 대기록
입력 2015-02-10 1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