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언론관련 발언’ 녹취록 유출자가 한국일보였어?… 공식입장 발표

입력 2015-02-10 09:39 수정 2015-02-10 14:49

논란이 되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언론관련 발언을 담은 녹취록을 유출한 당사자는 한국일보였다.

한국일보는 이 후보자의 청문회가 열리는 10일, 이날자 신문 지면 1면에 ‘이완구 총리후보 녹취록 공개파문 관련 본보 입장’이라는 글을 싣고 녹취록 입수와 유출에 대한 경위를 밝혔다.

한국일보는 먼저 “지난 27일 이 후보자와 한국일보를 포함한 4명의 일간지 기자가 점심식사를 나누던 중 일부 언론사 간부와 친분을 과시하며 인사에도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지난 6일 KBS를 통해 공개돼면서 야당에서 후보자의 언론통제 및 개입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입장를 밝히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다음은 녹취록 입수와 유출경위다.

이완구 후보자와 점심식사 당시 한국일보 기자를 포함한 일부 기자들이 이 후보자의 발언을 녹음했다.

한국일보는 이 후보자의 언론관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기사화를 검토했지만 그가 아들 병역의혹 문제로 매우 흥분된 상태였고 비공식 석상의 즉흥적 발언이라고 판단해 보류했다.

이후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야당의원들 취재하는 과정에서 국회인사청문특위 김경협 새정치연합 의원실 관계자를 만나 취재하던 중 이 후보자의 해당발언이 나왔고, 김 의원실 측에서 녹음파일을 요구해 별다른 고민없이 파일을 건넸다.

한국일보는 이후 김 의원실측이 해당 파일을 KBS에 전달했고 이 내용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경위가 무엇이든 파일을 상대방 정당에게 넘긴 점은 취재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이었고, 당사자 동의 없이 발언내용을 녹음한 것도 부적절했다”며 “보도하지 않은 것이 이 후보자를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었고, 야당에 전달한 것 역시 이 후보자를 흠집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가 취재윤리에 반하는 중대 사안이라고 보고 관련자들의 엄중책임을 묻는 한편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구성원 모두 책임을 통감하며 정론지로서의 본분을 새기는 계기로 삼고자한다”고 반성했다.



다음은 한국일보의 공식입장 전문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언론관련 발언을 담은 녹취록 공개파문과 관련해 경위와 본보의 입장을 밝힙니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27일 본보 기자를 포함, 일간지 기자 4명과 점심식사를 나누던 중 일부 언론사 간부와 친분을 과시하며 인사에도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지난 6일 KBS를 통해 공개됐고 야당에선 이 후보자의 언론 통제 및 개입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점심 식사 당시 본보 기자를 포함해 일부 기자들은 이 후보자의 발언을 녹음했습니다. 본보는 이 후보자의 왜곡된 언론관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기사화 여부를 심각하게 검토했지만, 당시 그가 차남 병역면제 의혹에 대해 매우 흥분된 상태였고 비공식석상에서 나온 즉흥적 발언이었다고 판단해 보도를 보류했습니다.

통상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기자들은 의혹을 제기 하는 야당의원들을 집중 취재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정보나 소문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본보 기자는 국회인사청문특위 위원인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관계자를 만나 취재하던 중 이 후보자의 해당 발언에 대해 얘기하게 되었습니다.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언론관에 대한 추궁을 준비하고 있던 김 의원실측에선 녹음 파일을 요구했으며, 본보 기자는 취재 윤리에 대해 별다른 고민 없이 파일을 제공했습니다. 이후 김 의원실측은 이 파일을 KBS에 전달했고, 이 내용이 방송을 통해 공개됨으로써 파장이 커지게 된 것입니다.

경위가 무엇이든, 취재내용이 담긴 파일을 통째로 상대방 정당에게 제공한 점은 취재윤리에 크게 어긋나는 행동이었습니다. 당사자 동의 없이 발언내용을 녹음한 것 또한 부적절했습니다. 다만 애초 이 후보자의 발언을 보도하지 않은 것이 이 후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고, 반대로 관련 내용을 야당에 전달한 것 역시 이 후보자를 의도적으로 흠집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밝혀두고자 합니다.

본보는 이번 사태가 취재 윤리에 반하는 중대 사안이라고 보고 관련자들에게 엄중 책임을 묻는 한편,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할 것입니다. 본보 구성원 모두 깊이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중도가치를 지향하는 정론지로서의 본분을 새기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