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 접대 등산하다 숨지면?…법원, 산재 인정

입력 2015-02-10 09:00

휴일에 ‘접대 등산’을 하다 숨졌다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던 A씨(51)는 2003년 소규모 의약품 유통회사를 차렸다. 그는 의사들을 만나 제품을 설명하고 판매하는 철저한 ‘을’이었다.

서류발급 같은 잔심부름은 물론 점심이고 저녁이고 달려가서 식사를 같이했다. 의사들의 출장길에는 운전도 대행해줬다. 의사들이 하기 싫어하거나 불편해하는 일을 맡아서 처리해주고, 주말에는 의사들의 취향에 따라 산행이나 골프 등 여가활동도 함께했다.

2012년 4월의 어느 토요일, A씨는 대구의 한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과 등산을 했다. 산을 오르기 시작한지 40분쯤 지났을 때 식은땀이 흐르면서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났다. 20여분을 앉아서 쉬었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후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사인은 평소 앓고 있던 협심증으로 인한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으로 추정됐다.

A씨의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주말 등산도 영업활동의 하나라는 것이다.

사건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이승택)는 10일 “A씨의 죽음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는 업무의 일환으로 사건 당일에도 등산을 하게 됐고, 이런 등산이 과도한 육체적 피로를 가져와 기존에 앓고 있던 협심증을 급격히 악화시켜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이 발병한 것”이라며 “업무와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