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야권 후보 낙선을 목적으로 불법적 선거운동을 벌였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당시 국정원 ‘사이버 활동’은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한 능동적·계획적 행위였다고 지목했다. 현 정부로서는 집권 3년차에 ‘대선 정당성’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원세훈(64) 전 국정원장에게 적용된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 모두를 유죄로 보고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원 전 원장은 선고 직후 법정 구속됐다.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국정원 심리전단의 인터넷 게시글·댓글 및 트위터 활동(계정 716개)이 선거법 제85조 1항 ‘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조항을 위배했다고 봤다. 인터넷 찬반 클릭 1057건, 댓글·게시글 101건, 트윗·리트윗 13만6017건(정치 개입 포함 총 27만4800건)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활발한 공론의 장으로 등장한 사이버공간 특성을 이용해 익명의 일반 국민인양 가장한 채 조직적·체계적으로 활동한 것 자체가 선거운동의 핵심 요소를 갖췄다”고 말했다. 특히 재판부는 2012년 8월 20일 박근혜 후보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국정원 사이버 활동의 ‘방향’과 ‘의도’가 질적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이버 활동은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른 심리전단 업무 수행 결과라는 게 재판부 결론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종북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 했다고 하지만 정작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훼손했다”고 적시했다. 이어 “정보기관의 불법 선거개입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정보기관이 스스로 자신의 존립 근거를 훼손하는 동시에 국민 위에 군림하는 행위”라며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되거나 합리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지난해 9월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보면서도 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국정원 대선 개입 인정
입력 2015-02-09 2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