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4부 김상환 부장판사(49·사법연수원 20기)를 두고 관심이 뜨겁다. 네티즌들은 “어려운 판결일 텐데 용감했다”며 응원하는 모양새다.
김 부장판사는 9일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원 전 원장이 정치개입을 지시해 국정원법을 위반한 혐의는 물론 선거에 개입한 혐의도 모두 유죄로 판단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법원이 민주주의 사망 진단서를 끊어줬다” “1960년 3·15 부정선거를 일으킨 내무부장관은 사형됐다. 3년이면 감형된 것”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리서치뷰의 대선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대선개입이 없었다면 대선의 양상도 사뭇 달라졌을 것”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네티즌들은 원 전 원장에 실형을 선고한 김 부장판사에 대한 응원과 안위에 대한 걱정을 늘어놨다. “보복당하지 않을까” “3년형을 내리기도 힘들었을 것”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과거 권력형 형사사건에 대해서도 소신있는 판결을 내린 점을 들추기도 했다. “사법부에 남아있는 진짜 판사” “소신 있는 모습을 응원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1심에서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개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이범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1기)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법 위반은 유죄, 공직선거법 위반은 무죄로 판결했다. 이 일로 이 부장판사가 3일 대구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한 것을 두고 네티즌들은 “예상했던 일이 일어났다” “보은성 인사 아니냐”며 추측을 쏟아냈다.
1심 판결 당시 김동진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46·사법연수원 25기)는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글을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원 전 원장에 대한 판결을 “국정원이 대선에 불법 개입한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며 “‘지록위마’의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 일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김 부장판사는 과거 권력 앞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중앙지법 재직 당시 영장심사를 맡던 2010년 최태원 SK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씨에게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최씨는 SK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유모씨를 폭행한 뒤 2000만원을 준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듬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사촌인 김재홍씨에게도 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김씨는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SK그룹 횡령 사건 공범으로 기소된 김원홍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검찰의 양형 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4년6월로 형을 가중하기도 했다.
지난달 16일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주진우 기자와 김어준 대표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김 부장판사는 “언론의 자유는 민주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권 중 하나다. 국민에게 정치적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나 의견을 제공하기 위해 이뤄지는 언론 활동은 중대한 헌법적 법익 침해하지 않는 한 최대한 보장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보문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4년 부산지법 판사로 임용됐다. 이후 헌법재판소 파견,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2013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 재판장을 마치고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해 부산고법에 근무하다가 지난해부터 서울고법에서 판결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원세훈 유죄’ 김상환 부장판사는? 네티즌 ‘징계받는 거 아냐?’
입력 2015-02-09 20:01 수정 2015-02-09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