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8부 재판장 김상환(49·사법연수원 20기) 부장판사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선거 개입 혐의에 유죄를 선고하며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해 공격한다면 손해가 될 뿐”이라는 논어의 위정(爲政)편을 인용했다. 그는 “나와 다른 쪽에 서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판한다면 심각한 갈등과 분쟁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국정원이 국민 의견을 심리전 대상으로 삼은 것은 잘못”이라고 꾸짖었다.
김 부장판사는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을 맡을 때마다 단호했다. 지난해 SK그룹 횡령사건 공범으로 기소된 김원홍씨 항소심을 맡아 1심보다 1년을 가중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심사를 맡던 시절에는 ‘맷값 폭행’으로 공분을 샀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 최철원씨, 제일저축은행에서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사촌 김재홍씨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달 16일에는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주진우 김어준씨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언론의 자유는 민주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권 중 하나이고, 헌법적 법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외도를 의심해 아내를 살해한 남편에 대한 항소심 선고 때는 “재판부의 결정이 유족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진심으로 슬픔을 이해하고 애도한다”고 위로하기도 했다. 유족이 다시 상처를 받을까봐 범행사실 중 일부는 낭독하지 않았다.
대전 출신인 김 부장판사는 보문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94년 부산지법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서울고법에서 재판장을 맡고 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김상환 부장판사 누구?
입력 2015-02-09 2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