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6개월 만에 다시 구치소로…법정 스케치

입력 2015-02-09 20:44
“저로서는 재판과정에서도 말했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재판 받을 것입니다.”

원세훈(64) 전 국정원장은 실형이 선고돼 법정구속되기 직전 떨리는 목소리로 재판부 판결에 불복의사를 표시했다. 당황한 듯 발음이 정확하지 않았다. 마지막 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구속영장 서류에 사인을 하는 손은 미세하게 떨렸다. 부인에게 휴대폰 등 소지품을 맡긴 채 쓴웃음을 짓고는 법정을 빠져나갔다.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해 9월 풀려난 지 6개월 만에 원 전 원장은 다시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9일 오후 1시58분쯤 서울고법 312호 중법정에 곤색 줄무늬 양복과 흰색 셔츠, 하늘색 타이의 말끔한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원 전 원장은 웃고 있었다. 변호인들과 악수하고 대화한 뒤 꼿꼿한 자세로 뒷모습을 드러낸 채 의자에 앉았다. 원 전 원장 측은 실형이나 법정구속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듯 했다. 재판정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에게 “재판 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며 “재판 후 법원 1층 입구의 포토라인 앞에서 짧게 한 마디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후 2시쯤 재판부가 입장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 김상환 부장판사는 선고 전 “지금까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한시도 긴장을 놓치지 않고 성의껏 고뇌하여 내린 결론을 담담하게 내리고자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선고 중 이따금씩 긴장한 듯 자세를 고쳐 앉거나 그간의 고뇌를 반영하는 듯 “하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원 전 원장 측은 평소대로 담담한 표정이었다.

재판 시작 뒤 1시간여가 지나자 상황은 급변했다. 재판부가 일부 배척됐던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일부 인정한다는 취지의 선고문을 읽어 내려가자 변호인들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원 전 원장은 어깨를 들썩이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공소유지를 담당한 박형철 대전고검 검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단성한 대구지검 검사는 주먹을 꽉 쥐었다.

재판부가 선고를 마치고 법정을 떠나자 40여명의 보수단체 회원 등 원 전 원장 지지자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선고 뒤 원 전 원장 측은 “(항소심 판결에 대해) 상당히 실망스럽다.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혹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대법원에서 바로잡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라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