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한다.”
9월 오후 4시께 서울고법 312호. 국정원법 위반·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64) 전 국정원장에게 실형선고와 함께 법정구속을 결정하자 재판정은 잠시 탄식이 흘렀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은 담담한 모습을 유지하느라 애썼지만 당황한 모습을 감추기는 어려웠다. 두 시간여 가까이 거의 미동도 없이 재판부의 판결 선고를 듣던 그는 재판부가 선고를 마치고 나가자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법정을 한 차례 둘러봤다.
원 전 원장은 법원 직원이 내민 구속영장 발부서류를 작성했고 그의 손은 가늘게 떨렸다. 서류 작성을 마친 뒤 입고 온 외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잠시 허둥대기도 했다.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돌리고는 곧바로 피고인 대기실로 들어가 모습을 감췄다.
오후 2시 재판에 맞춰 1시 40분께 법원 마당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원 전 원장은 한껏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의 변호인은 “재판 후 법원 1층 입구의 포토라인 앞에서 짧게 한 마디 할 테니 재판 들어갈 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한 바 있다.
앞서 그는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이 내려질 경우 혹시라도 있을 반대 측의 소요를 대비해 법원에 신변보호 요청까지 해뒀다. 이에 따라 경찰 1개 중대(80명)가 법원에 파견돼 원 전 원장의 법정 입장을 보호했다.
하지만 법정 구속됨에 따라 약속했던 기자회견을 할 수 없었고 반대 측의 소요도 일어나지 않았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그가 법원에 들어올 때부터 뒤를 따르며 보호하고 법정의 방청석을 두 시간여 동안 지켰지만 ‘실형 선고, 법정 구속’이라는 뜻밖의 결과에도 별다른 소란 없이 조용히 퇴장했다.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인 이동명 변호사는 항소심 판결에 대해 “굉장히 실망스럽다. 선거법 위반을 1심에선 무죄로 봤는데 2심이 유죄로 본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상고 여부에 대해선 “의뢰인을 만나보고 상의해봐야 한다”고 말했으나 “판결문이 나오는 대로 검토해서 2심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을 수 있게 준비 하겠다”고 말해 상고 의지를 드러냈다.
나성원 기자
원세훈, 그의 손은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입력 2015-02-09 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