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를 장악하고 나서면서 푸틴이 유럽연합(EU) 분열 등을 통한 ‘세계 질서 재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 참석한 람베르트 자니에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사무총장은 8일(현지시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냉전 시기에 대서양의 민주국가들이 구소련을 서서히 무너뜨린 것처럼 러시아를 견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서방의 경제제재와 국제 유가의 하락 등으로 러시아 경제는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오히려 이 상황을 이용하면서 유럽과 미국 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항독 전쟁이야말로 오늘날의 러시아가 따라야 할 모델로 내세운다. 미국이 세계 유일의 강대국으로 등극한 1989년 이후의 세계 질서를 뒤엎겠다는 심산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을 분열시키는 것이 그 첫 단계라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EU가 경제제재를 논의하는 와중에 에너지 외교를 통해 헝가리 등 일부 국가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다. 구제금융 문제로 유럽 주요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나토 회원국 그리스에도 접근 중이다. 벨기에는 최근 러시아를 각국 은행 간 송금 네트워크 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정(SWIFT)’에서 축출하자는 요구를 거부했다.
러시아는 2008년부터 이미 무력을 통해 주변 지역의 질서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루지야와의 전쟁을 통해 이 나라에서 갈라져나간 2개의 자치공화국을 지배하고 있으며, 지난해 3월에는 크림반도를 손에 넣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에 의한 반란이 진행 중이다.
푸틴 대통령의 다음 노림수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이 현재 외교가의 분석이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그가 뭘 노리는지를 잘 아는 사람이 있기나 한지 정말 모르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발트해 국가인 리투아니아의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은 “지금 러시아에 제대로 맞서지 못한다면 푸틴의 영토 야심을 부추길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다음은 우리”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예측불가’ 푸틴의 다음 행보는?… 서방권 곤혹 “뭘 할지 아는 사람이 없다”
입력 2015-02-09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