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여고 졸업생이 대학 새내기의 꿈을 펼친다.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고등학교의 최고령 졸업예정자인 장늠이(사진)씨는 다음달에 백석예술대 외국어학부에 입학한다. 장씨는 9일 “역사와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해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유적지를 소개하는 가이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이 되기까지 긴 세월을 돌아오게 만든 건 전쟁이었다. 장씨가 경북 칠곡에서 소학교를 다닐 때 한국전쟁이 터졌고 아버지는 징집돼 전사했다. 이후 소학교는 졸업했지만 중학교는 포기했다. 등록금을 낼 형편이 아니었다. 학교 대신 취업전선으로 나가야 했다. 결혼하고서는 남편과 슬하 2남3녀를 뒷바라지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한 때는 2012년. 자식을 모두 출가시키고서야 여유가 생겼다. 장씨는 충무로의 입시학원에 등록했고, 4개월 뒤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이듬해 일성여고에 입학해 올해 고교 과정을 마쳤다. 장씨가 오는 25일 졸업하는 일성여고는 2년제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이다. 대입에 도전한 장씨는 국가유공자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수시 전형에 합격했다.
그는 “꿈만 같다. 다시 학교에 다니면서 늦었지만 무엇이든 일단 해보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기쁨만큼이나 학교에 다니는 손자손녀와 공감대가 형성돼 좋다”고 했다. 사별한 어머니와 남편이 떠오른 듯 덧붙였다. “생전 어머니가 배움에 대해 각별하게 생각하셨어요. 어머니와 남편이 제가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아마 저보다 더 기뻐했을 거예요.”
장씨는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할 계획이다. 고교에서 중국어 간체자를 공부하며 준비해왔다고 한다. 장씨는 이 모든 배움이 ‘역사 가이드’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면서 동시에 ‘빛을 찾아가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안다는 것은 밝음이자 빛 그 자체죠. 무지(無知)는 깜깜한 밤이나 다름없어요. 저는 빛나게 살기 위해 계속 공부할 겁니다.”
그는 “가능할 때까지 학업에 매진해 빛나는 보배로 기억되고 싶다. 20대든 80대든 공부하는 사람은 항상 젊은 법 아니냐. 하늘이 부를 때까지 계속 젊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빛나는 여고 졸업장 75세 할머니 ˝이제는 여대생… 관광 가이드될 것˝
입력 2015-02-09 1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