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하는 중국과 미국의 고위관리들이 잇달아 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놓고 훈수를 두고 있어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토니 블링큰 미 국무부 부장관은 9일 “사드는 순전히 방어적이고 전적으로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블링큰 부장관은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조태용 외교부 1차관과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사드 배치에 대해 “한·미 양국간 결정되거나 활발한 논의는 없었다”고 해명하면서도 사드의 역할에 대해서만은 분명히 표현했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방어용 체계를 중국이 과도하게 해석하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4일 중국 국방부장(장관)으로서는 9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창완취완(常萬全) 부장의 발언에 대한 반박이다. 창 부장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의 면담시 의제에도 없었던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 견제용’이라는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블링큰 부장관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사드 미사일의 능력은 고도 150㎞에 사거리 200㎞정도로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 미국을 공격하는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한국 상공을 날아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중국이 불편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사드 요격체계의 레이더가 중국의 미사일 배치 등을 샅샅이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과 터키 큐레식 공군기지, 일본 북부 혼슈섬 샤리키등에 사드의 X밴드레이더를 배치해 놓고 전세계 미사일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의 입장도 이해는 되나 북한 핵·미사일위협을 직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효율적인 미사일방어망구축이 시급한 과제라는 점이 감안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군이 구축하고 있는 저고도종말단계 방어체계인 패트리어트(PAC-3) 시스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PAC-3는 적 미사일이 낙하하는 종말단계에서 지상 15~40㎞범위의 저고도에서만 타격이 가능하다. 단 한번 요격 기회밖에 없는데다 방어영역도 좁은 편이다. 반면 사드는 패트리어트보다 높은 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고 방어영역도 넓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미.중 고위인사 발언으로 사드 홍역 앓이
입력 2015-02-09 1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