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에서는 숙적이지만 소속팀에서는 유럽에 도전하는 아시아의 친구였다. 우리 공격수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과 일본 미드필더 하세베 마코토(31·프랑크푸르트)가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우정을 확인했다. 그 순간은 짧았지만 여운은 길었다.
지동원과 하세베는 9일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로제나우 슈타디온에서 열린 아우크스부르크와 프랑크푸르트의 2014~2015시즌 분데스리가 20라운드에서 나란히 선발 출전했다. 지동원은 아우크스부르크의 공격수로 프랑크푸르트의 골문을 겨냥했다. 하세베는 프랑크푸르트의 중원에서 지동원의 공격을 막고 역습을 노려 아우크스부르크를 위협했다.
상황은 후반 30분쯤 발생했다. 하세베가 하프라인 주변에서 아우크스부르크의 역습을 차단하는 과정에서였다. 하세베는 왼쪽을 파고드는 아우크스부르크 선수들의 공격을 피해 하프라인을 따라 그라운드의 중원을 횡단하는 과정에서 지동원의 슬라이딩태클에 걸렸다. 다리가 아닌 공을 노린 태클이었지만 서로 뒤엉키는 과정에서 하세베는 지동원의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
하세베는 그러나 지동원과 심판에게 항의하지 않았다. 경고를 유도하기 위한 할리우드액션도 없었다. 넘어질 때 충격이 있었던 듯 표정은 다소 일그러졌지만 그대로 앉아 풀린 신발 끈을 고쳐 맸다. 지동원은 그런 하세베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하세베는 지동원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지동원은 하세베를 두 팔로 끌어안으며 미안한 마음을 표시했다. 하세베는 오른손으로 지동원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괜찮다’는 듯한 신호를 보냈다. 유럽의 그라운드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주심은 이런 두 선수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숙적이자 경쟁자다. 하지만 유럽이나 남미의 소속팀에서는 세계에 도전하는 아시아의 친구이자 동반자다. 지동원과 하세베가 짧지만 강렬하게 나눈 우정의 교감은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SNS에서는 “스포츠정신은 물론 한국과 일본의 우정을 보여준 장면이다” “멋있는 장면이다. 한일전이었으면 절대 볼 수 없었다” “빠르게 사과한 지동원과 기꺼이 받아준 하세베가 보기 좋았다”는 응원이 쏟아졌다.
아우크스부르크와 프랑크푸르트는 2대 2로 비겼다. 아우크스부르크는 4위(11승1무8패·승점 34), 프랑크푸르트는 9위(6승7무7패·승점 25)다. 지난해 12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한 지동원은 세 경기 연속 선발출전이자 두 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했다. 하세베는 프랑크푸르트의 첫 시즌을 보내면서 부동의 주전 미드필더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확인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한일전에선 절대 없을 장면”… 지동원과 하세베의 우정 교감 ‘감동’
입력 2015-02-09 1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