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문재인, 제1야당 지도부로선 처음으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공식 참배

입력 2015-02-09 15:56

새정치민주연합의 새 사령탑에 오른 문재인 대표가 9일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공식 참배했다. 현직 제1야당 지도부가 두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지난 5일 국민일보 기자에게 “(이·박 전 대통령 묘역 참배가) 가능하다”고 대답한 지 나흘 만이다.(국민일보 2월 6일자 1면)

◇모든 역사가 대한민국이다=문 대표는 오전 7시55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헌화했다. 문 대표를 필두로 주승용 정청래 오영식 최고위원 등 새 지도부와 문희상 전 비상대책위원장 및 우윤근 원내대표을 비롯한 현역의원 50여명이 동참했다. 문 대표는 헌화 후 방명록에 “모든 역사가 대한민국입니다. 진정한 화해와 통합을 꿈꿉니다”라고 적었다.

오전 8시25분. 박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은 문 대표는 복잡한 심경을 정리하는 듯 조화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박 전 대통령의 묘비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이어 현충원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향합에서 향을 쥐어 향로에 집어넣은 뒤 묵념으로 참배를 마쳤다. 3~4분여 동안의 참배는 매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게 진행됐다. 문 대표는 앞서 김대중·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문 대표는 참배 후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배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문 대표의 전직 대통령 참배에는 문 전 위원장과 우 원내대표, 김성곤 윤후덕 송호창 의원이 동행했다. 그러나 최고위원들은 전날 신임 지도부가 가진 첫 간담회에서 일부 반대의견이 제기돼 참가하지 않았다. 안철수 전 대표는 당초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할 예정이었으나 지도부만 참배키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김 전 대통령 묘역 참배까지만 동참했다. 대신 측근인 송 의원을 참배시켰다.

◇과거는 참배, 현재는 비판=민주당 시절부터 야당 지도부의 이·박 전 대통령의 묘역 참배는 사실상 금기시돼 왔다. 이 때문에 이날 문 대표의 참배는 파격에 가까운 일로 평가된다. 지난 대선 때부터 “산업화 시대를 부정한다”는 시비를 말끔히 털어내고 당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실제 그는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야권 일각에서 나온 참배 요구에는 끝내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 대표는 이날 박근혜정권에 대해 더욱 날 선 비판을 쏟아내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했다. 문 대표는 참배 직후 현충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참배를 둘러싸고 계속 갈등하는 것은 결국 국민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가해자 측에서 지난 역사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피해자도 용서하는 마음을 가지게 될 때 비로소 진정한 화해와 통합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명박·박근혜정부가 민주정부 10년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국민통합을 깨뜨리는 가장 현저한 사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실상 박근혜정부를 ‘가해자’로 지명한 셈이다.

문 대표의 참배 행보를 놓고 당 안팎에서는 사실상 차기 대선을 향한 첫 발걸음을 뗀 것으로 보는 해석이 나온다.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갖춤으로써 보수·중도층까지 지지 세력을 확장하는 한편, 현 정권과 더욱 각을 세우며 야권 지지층도 결집시키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