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팰리스 살인사건’ 30년간 가정폭력 시달리다 남편 살해한 아내 징역 4년

입력 2015-02-09 15:08

부의 상징인 서울 강남 타워팰리스에서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남편을 살해한 50대 주부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위현석)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모(51·여)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배심원 2명은 징역 3년, 4명은 징역 4년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검찰과 변호인은 이씨가 남편 A씨(사망 당시 56세)를 살해하기 직전까지 가정폭력이 있었는지, 살인이 계획된 범행인지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재판부는 검찰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씨가 A씨를 살해한 당일에는 폭행을 당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A씨가 저항하지 못하도록 결박하고 흔적을 지우는 등 용의주도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우발적 범행으로 보긴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다만 “이씨가 30년 동안 가정과 일터에서 남편에게 갖은 인격 모독을 당해왔다”며 “지속적 폭력으로 육체적·정신적으로 적지 않은 고통을 당한 점을 형량에 참작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1984년 불법택시 영업을 하던 A씨와 결혼했다. A씨는 이후 오락실 사업으로 수백억원대 자산을 모았으며, 가족과 함께 타워팰리스에 입주했다. 그러나 A씨는 수시로 폭행과 욕설, 성적 학대를 했다고 한다. 이씨 변호인은 “술에 취한 날이면 어린 아들이 보는 앞에서도 잔인한 폭력을 휘둘렀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씨는 지난해 10월 술에 취해 쓰러진 남편의 팔다리를 묶은 뒤 베개로 얼굴을 눌러 살해했다. 이씨는 범행 직후 경찰에 자수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