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새 생명을 선물 받았습니다. 저를 위해 용기 낸 남편에게 고맙고,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삶에 감사하며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고 싶습니다.”
남편에게 간이식을 받고 새 삶을 살게 된 이윤연(47)씨는 9일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이같이 표현했다. 이씨는 6년 전 등에 생긴 멍이 사라지지 않아 찾은 포항의 한 병원에서 B형 간염이 진행된 간경변증을 확인했다. 치료에도 불구하고 황달에 복수까지 차오르며 장기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로 남았다.
결국 남편 김완수(45)씨가 간경변증을 앓는 아내를 위해 자신의 간 절반 이상을 내주기로 결심하고 지난달 13일 대구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에서 간 이식 수술을 마쳤다.
이씨는 “무균실에서 눈을 떴을 때 세상이 달라보였다”며 “이제는 모든 이들을 사랑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 김씨는 “당시 아내를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며 “수술이 끝나고 마취에서 깨어날 때 눈을 뜨자마자 아내의 수술결과를 물어봤고 성공적으로 수술이 끝났다는 말을 듣고서야 편히 잠 잘 수 있었다”며 당시 심정을 밝혔다.
2002년 결혼식을 올린 이들 부부는 경북 영천 고경면의 한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소박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이씨는 자신을 비롯한 친정 식구 대부분 간이 좋지 않아 마음 편히 아이도 갖지 못하는 등 아픔이 있었다.
수술을 집도한 간담췌장외과 강구정 교수는 “두 사람 모두 빠르게 건강을 되찾고 있는데 부부의 사랑이 건강 회복에 큰 힘이 되는 것 같다”며 “지금처럼 관리를 잘해서 부부의 바람처럼 여행도 다니고 봉사도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부인에게 간까지 기증한 부부 사랑
입력 2015-02-09 1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