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낮은 지지율과 잇따른 악재로 총리 재신임 투표에 직면했던 토니 애벗(57) 호주 총리가 재신임에 성공해 총리직을 이어가게 됐다고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SMH) 등이 9일 보도했다.
집권 자유당 원내대표 필립 루독은 이날 애벗 총리가 자신의 신임 여부를 묻는 무기명 의총 투표에서 찬성 61표, 반대 39표를 얻어 재신임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날 투표에는 102명의 소속 의원 중 101명 참여해 61명이 신임을, 39명이 불신임 의사를 밝혔고 1명은 기권했다.
이번 투표는 애벗 총리의 리더십을 정면으로 문제 삼은 루크 심킨스 의원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당초 10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당내 불화를 하루라도 빨리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하루 앞당겨 치러졌다.
2013년 9월 취임한 애벗 총리는 지난해부터 정책 후퇴, 개인적 실수, 지지율 급락, 지역 선거 패배 등이 겹치면서 당내 평의원들로부터 스스로 물러나라는 강력한 압력을 받고 급기야 신임 투표까지 치르게 된 것이다.
그는 지난해 호주인 다수가 탑승한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 MH370편 실종과 MH17편 추락, 시드니 카페 인질극 등 잇따른 대형 사건에서 미흡한 대응으로 여론의 질타를 들었다. 그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정책들은 예산적자 문제로 빛을 보지 못했고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실시한 지역선거에서 연패하면서 당 내부에서도 적잖은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달 26일 ‘호주의 날’에 애벗 총리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하기로 한 것은 결정적이었다. 야당과 언론을 중심으로 “호주의 날에 영국 왕가에 기사 작위를 주다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다”는 강도 높은 비난이 빗발쳤다.
신임 투표를 앞두고 애벗 총리는 국민이 중요시하는 일자리와 경제성장 문제 등에 집중하자고 호소하는 한편 그간의 독선적인 행보에 변화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신임 투표 후 뒤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한 언급 없이 회의장을 떠났다.
일단 불신임은 면했지만 호주 언론들은 애벗 총리의 장래가 그리 밝진 않다고 전망했다. 다음 달 28일 뉴사우스웨일스(NSW) 지역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여전히 내리막길이기 때문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위기의 남자’ 토니 애벗 호주 총리…겨우 불명예 퇴진 위기 넘겨
입력 2015-02-09 1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