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으로 파생상품 불공정거래 자신의 계좌만 살찌워

입력 2015-02-09 13:49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헤지 파생금융상품 ‘키코’(KIKO) 사태에 휘말려 수백억대 외환 손실을 입은 중견 IT업체 M사는 선물·옵션 투자에서 활로를 찾으려 했다. M사의 사장은 2009년 2월 총무이사 김모(43)씨에게 회사 명의의 선물·옵션계좌를 운용해 수익을 내도록 지시했다.

이 선택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사실은 5년 뒤에야 드러났다. 김씨는 차명으로 사전 매수한 파생상품을 회사 돈으로 조금 더 비싸게 사들이는 일을 반복했다. 미국달러 선물 시장에서 자신의 계좌로 1316.2원에 미리 사들인 1계약을 1322.4원으로 회사 계좌에 되파는 식이었다. 겉보기에는 정상적 기금 투자였지만, 실상은 자기 자신인 거래 상대방에게 계속 차익을 안겨주는 거래였다. 김씨는 이런 식으로 2009년 4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567차례에 걸쳐 6035만3000원의 이익을 거뒀다.

비슷한 방식으로 자신의 파생상품 계좌만 살찌운 이는 또 있었다. 대전에서 세무사사무소 사무장으로 일하던 김모(53)씨는 “선물·옵션 거래로 회사 자산을 불려 주겠다”며 H사 사장으로부터 회사 계좌를 건네받아 운용했다. 그는 코스피200시장에서 자신이 저가 매수한 파생상품을 H사 명의 계좌에 고가로 되팔았다. 김씨는 2010년 11월부터 1년간 580회의 통정매매로 1억7112만5000원을 몰래 벌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이선봉)는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두 김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회사 운영자금을 개인적으로 취득하는 범행을 계속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