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후배들아! 차라리 시험지를 훔쳐라” 공부의 신 복학 논란…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5-02-09 11:20 수정 2015-02-09 13:01

“커닝으로 ‘공부의 신’ 행세를 하던 학생이 복학한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제주대의 양심과 정의는 죽었습니다.”

교수들마저 놀랄 만큼 높은 점수를 받으며 ‘공부의 신’ 행세를 하다 커닝으로 판명돼 물의를 빚었던 제주대 수의학과 A학생이 복학을 준비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가 제적이 아닌 1년 유급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탓이라며 아우성입니다. 9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제주대 B학생은 전날 국민일보에 보내온 이메일 제보를 통해 ‘커닝으로 공부의 신이 된 학생이 복학을 하려고 한다’고 알려왔습니다.

제보 이메일에 따르면 A학생의 복학이 가능한 것은 대학이 제적이 아닌 1년 유급 징계를 내렸기 때문입니다.

제주대 공부의 신 사건은 2013년 말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당시 수의학과 본과 3학년이었던 A학생은 교수실에 몰래 침입해 시험문제를 휴대전화로 찍는 방식으로 빼돌렸습니다. 1학년 1학기까지 평범했던 A학생의 성적은 1학년 2학기부터 갑자기 치솟았습니다. 학생 전체 시험 평균점수가 50~60점에 불과한데 A학생만 종종 100점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과 수석은 당연했고 교수들마저 “학과 역사상 유례가 없는 점수”라며 놀라워했다는군요.

꼬리가 긴 게 탈이었습니다. 수백 페이지의 책을 달달 외워야 받을 수 있는 점수가 연달아 나오자 한 교수가 연구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것이죠. 몰래카메라에는 A학생이 컴퓨터에서 시험문제를 휴대전화로 찍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제주대는 교수회의를 열고 A학생에게 1학기 전 과목 F학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다시 학점을 따야 하니 1년을 쉴 수밖에 없습니다. 즉 1년 유급이 되는 거죠. 학생들은 그러나 징계가 약하다며 무기정학 이상을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였습니다만 처분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B학생은 “커닝을 하면 학칙상 제적인데 A학생은 커닝이 아닌 절도 혐의만 받아 1년 유급 처분을 받았다”면서 “비상식적인 처분에 학생들이 반발했지만 교수들이 묵살했다”고 말했습니다.

B학생은 그 사건으로 제주대 수의학과가 입은 피해가 심각하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는 “수의사는 폐쇄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동물병원에 실습을 나가면 다 같은 도둑놈이라거나 커닝하는 집단이라는 논총을 받는 등 직간접적인 차별을 겪어야 했다”면서 “실제로 공부의 신 사건 이후 선배 수의사의 장학금이 끊겼고, 실력 있는 선배의 강의마저 사라졌다”고 토로했습니다.

B학생은 교수들이 시험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무마하려고 A학생에게 경미한 처분을 내렸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A학생에게 (컴퓨터가 있는 사무실) 마스터키를 맡긴다는 게 말이 됩니까”라며 “또 수의학과 특성상 만점이 불가능한데 A학생이 3년간 만점을 받은 걸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B학생은 A학생에 대한 경미한 처분은 다른 일반 학생들에게 역차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본과 1학년 45명 중 시험을 잘 보지 못해 무려 7명이나 유급을 당했는데, 어떻게 이런 학생들이 커닝하다 적발된 A학생과 같은 처분을 받아야하느냐는 것입니다.

장학금 문제도 이슈입니다. A학생은 높은 점수를 받으며 3년간 전액 장학금을 받았고 그 돈을 반환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B학생은 “박태환 조차 의사 부주의로 도핑 테스트에 걸려 메달을 압수당하고 우승 기록도 삭제되는 고초를 겪는데 A학생은 성적도 유지하고 장학금도 계속 인정되고 있다”면서 “제주대의 양심과 정의는 죽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B학생과 비슷한 주장을 한 네티즌도 있네요.

C네티즌은 디시인사이드 수의학 갤러리에 “3년간 시험지를 훔친 A학생에게 교수들이 1년 유급이라는 경악할만한 징계만 내려 A학생이 올해 복학한단다”면서 “후배들아 시험지 훔쳐라! 시험 못봐도 1년 유급, 시험지 훔치다 걸려도 1년 유급이다”라고 비꼬았습니다.

학교 측의 공식 입장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한 교수는 “이미 교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처분한 일인데 일부에서 그렇게 주장한다고 해서 고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A학생이 올해 복학한다는 소식도 장학금을 반환하지 않는다는 소식도 금시초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