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병원에 갈 일이 많아졌다. 나이가 들면 신체에 고장이 나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평생 감기도 잘 걸리지 않아 병원에 갈 일이 거의 없었던 내가, 최근 자주 병원에 다니면서 느낀 점이 많다.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들이 어찌나 많던지,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무척 분주해 보였다. 이리 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 의료진들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새삼 느꼈다. 그리고 이렇게 커다란 의료 시설과 고급 장비를 갖추고 국민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병원을 운영하시는 분들에게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내가 건강하던 때엔 잊고 지냈던 것들이다.
몸에 작은 불편이 생겨도 신체 리듬이 깨지고 생활이 불편해 지는 것을 겪어 보니 건강의 고마움도 깨닫게 됐다. 내가 편히 잠을 자는 것, 숨을 쉬는 것, 아무 고통 없이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 정말 감사해야 될 일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다 지켜 주시던 하나님께 내가 평소 얼마나 감사의 기도를 올렸는가를 생각해 보면 정말 부끄러운 기도 밖에는 드릴 게 없었다. 항상 지켜 주시는 주님을 너무 쉽게 잊고 산 것은 아닌지.
그동안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마다 주님께 열심히 기도를 했다. 그러나 그 어려움이 끝나고 정상으로 되돌아오면 이내 감사함을 잊어버리고는 내 스스로가 잘한 덕분에 해결된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생각나 무척 부끄러웠다. 간절히 기도했던 일들이 이루어졌을 때에도 몇 달 지나지 않아 잊어버리고는 감사의 기도를 드리지 못한 적이 너무나 많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았을 때에도, 그 당시에는 감사함을 느끼다 얼마쯤 지나고 나면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살아온 적이 얼마나 많은가를 떠올려 보면 부끄럽다는 생각만 간절하다.
감사함을 잃은 요즘 세상에 슬픈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방 도시에 살고 있는 어느 장애인의 이야기다. 이분은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아 왼손과 다리를 잘 쓰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이다. 몇 년 전 남편을 여의고 아들과 같이 살고 있다. 남편이 별안간 세상을 떠나자 대학생 아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고민 끝에 구청에서 장애인을 위한 임시 일자리를 주는 제도가 있다는 말을 듣고 지원해 시험에도 합격했다.
노인들을 위해 식사를 배달하는 일이었다. 어느 추운 겨울날, 점심에 아들과 함께 피자를 배달하던 중이었다. 어느 할머니 댁에 찾아가 “점심 배달 왔습니다!” 하고 이야기하니, 할머니가 문을 열고 나와 피자를 받으며 이렇게 말했다.
“왜 이렇게 식은 피자를 가져 왔어! 나는 피자도 싫어할 뿐더러, 식은 피자는 도저히 못 먹겠다!”
할머니는 차가운 땅바닥에 피자를 집어던졌다. 모자는 심한 모욕감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며 차가운 땅 위에 버려진 피자 조각을 주워 모았다. 감사할 줄 모르는 분에게서 한없는 상처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 후, 다음 날 구청에 가서 사표를 냈고 결국 그 직업을 그만두었다는 슬픈 이야기다.
할머니가 “이왕 줄 테면 좋은 것으로 주고 따뜻하게 가져와야지! 나도 한때는 잘나가던 사람이었어!”라고 외치던 그 목소리가 지금도 귓전에 생생해 잠을 자다가도 가끔씩 깰 정도라고 한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가 크게 남아 있는 것이다. 장애인이 아들과 함께 살아보겠다고 고생하는데, 수고 많다는 격려나 고맙다는 말 한 마디가 듣고 싶었을 뿐이라고 한다.
구청 복지과에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요즘은 겨우 이거야?”, “좀 더 좋은 거 없어?” 등의 말을 들을 때마다 “감사합니다.” 한 마디만 들어도 더 큰 보람을 느낄 것 같다고 한다. 지나치게 권리만 주장하고, 감사함을 잃은 사람이 많다고 한다.
태국에서는 스님들이 지나갈 때 사람들이 나와서 쌀과 밥, 과일 등을 드린다고 한다. 스님은 절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지나간다. 그것이 “내가 공양을 받아가는 것은 오히려 나로 하여금 너희 중생에게 자선을 할 기회를 더 주는 것이니 고맙게 생각하라”는 불교의 가르침과 일치한다고 한다.
그러나 기독교는 감사함을 중요하게 가르치고 있다.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감사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특히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를 잊지 말고 자손들에게 가르쳐 꼭 기억하게 하라고 한다.
우리를 죄에서 구원해 주신 그리스도의 은혜, 그리고 그 아들까지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감사함을 잊지 말고 그분께 영광을 돌리라고 가르치고 있다.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우리를 항상 지켜주시는 성령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올려 보자.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
[강덕영 장로 칼럼-종교인과 신앙인 (108)] 차가운 땅바닥에 던져진 감사
입력 2015-02-09 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