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녹취록 어떻게 나왔나…진중권, “또 ‘도로총리’?”

입력 2015-02-09 09:28 수정 2015-02-09 09:47

"각하의 완구 될 거라 믿었을 텐데 장난감 총리 되는 길 험난" 일침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인마, 빨리, 시간 없어 그랬더니 지금 메모 즉시 넣었다고 그래 가지고 빼고 이러더라고. 내가 보니까 빼더라고”

“윗사람들하고 다, 내가 말은 안 꺼내지만 다 관계가 있어요. 어이 이 국장, 걔 안 돼. 해 안 해? 야, 김 부장 걔 안 돼.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

“좀 흠이 있더라도 덮어주시고, 오늘 이 김치찌개를 계기로 해서 도와주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달 말 일간지 기자 4명과 함께 서울 통의동의 김치찌개집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나눈 대화 녹취록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KBS가 지난 6일 이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이 후보자는 사면초가에 놓였다. 그러면 이 녹취록은 어떻게 공개됐을까.

9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후보자와 기자들의 대화 녹취는 당시 점심식사에 참석했던 기자 중 1명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인터뷰 등에서는 정확한 사실 전달을 위해 녹음을 하지만 사적인 식사자리에서의 녹음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정작 이 후보자 발언에 대한 첫 보도는 당시 점심 자리에 없었던 KBS가 했다.

KBS는 녹취록을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으로부터 받았다고 했지만 녹취록이 어떤 경위로 야당에 넘어갔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후보자 발언에 대한 비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을 통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6일 자신의 트위터(@unheim)에서 “이완구, 청문회 통과하기 힘들겠네요. 그럼에도 임명을 강행할 경우 또 다시 엄청난 민심의 역풍이 불 듯. 그렇게도 사람이 없나. 사람 없어 총리 하나도 임명 못하니”라며 “이러다 또 다시 정홍원 주저앉히는 거 아닌가 몰라”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각하’ 세 번 외치면, 각하의 완구가 될 거라 믿었을 텐데 그깟 장난감 총리가 되는 길이 쓸 데 없이 험난하네요”라고 비판했다. 또 이완구 후보자가 자신의 처남이 교수채용업무 맡았을 때 경기대 조교수로 임용됐다고 의혹을 제기한 기사를 첨부하며 "자고 일어나면 굵게 하니씩…"이라고 적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도 7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histopian)에 “‘내 말 한 마디면 죽을 수도 있다’(이완구). 평검사가 마음 놓고 대통령에게 대들던 시대에서 총리 후보자 말 한 마디에 기자가 잘릴 수 있는 시대로 오기까지 10년도 안 걸렸습니다. 이런 속도면, 고문살인이 부활하는데 10년도 안 걸릴 겁니다”라고 썼다.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당초 예정했던 9~10일에서 하루씩 연기돼 10~11일 이틀간 열린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