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사 최초로 보험이 은행에 수익 역전

입력 2015-02-09 08:14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은행업계의 순이익이 보험사보다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예대 이자 마진에만 안주한 결과 새로운 업무 영역을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과 경남·광주·대구은행 등 지방은행, 농협·산업·기업은행 등 특수은행을 합친 국내 18개 은행의 순이익은 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25개 생명보험사와 삼성·동부화재 등 31개 손해보험사를 합친 56개 보험사는 지난해 1~3분기에 5조1000억원의 순익을 거둬들였다.

보험사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1조5000억원, 2분기 1조9000억원, 3분기 1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업의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실적치를 기다려봐야겠지만 4분기에 분기별 최하 실적인 1조5000억원의 순익만 달성하면 지난해 순익이 6조6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1897년 한성은행(조흥은행 전신), 1922년 조선화재(메리츠화재 전신)가 각각 국내 최초의 은행과 보험사로 설립된 후 처음으로 보험사 순이익이 은행을 뛰어넘는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 1950년대 한국전쟁, 1990년대 외환위기 등 경제위기 시기에는 은행이 대규모 손실을 냈지만, 이러한 시기에는 은행, 보험 등 금융권 전반의 손실이 컸었다. 개별사로 따져봐도 지난해 삼성생명의 순이익(1조4000억원)은 신한은행(1조5000억원)에만 약간 뒤질 뿐, 우리은행(1조2000억원), 국민은행(1조원), 하나은행(9000억원) 등보다 많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 순이익이 은행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라며 "금융이라면 당연히 은행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현실에서 '상전벽해'와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은행은 보험사의 4배 이상 순이익을 낼 정도로 돈을 잘 벌었다. 2005년 은행권이 13조6000억원의 순이익을 낼 때 보험사의 순이익은 3조3000억원에 불과했다. 2007년 은행들이 사상 최대인 15조원의 순익을 거둬들일 때 보험사 순익은 3조8000억원에 그쳤다.

은행들은 수익의 90% 이상을 이자수익에 의존하는 '쉬운 장사'만을 추구하다가 최근 수년 새 저금리 추세로 이자마진이 감소하자 덩달아 순익이 급격히 줄었다. 2005년 2.81%였던 순이자마진은 지난해 1.79%까지 떨어졌다.

더구나 유망 중소기업 발굴을 소홀히 한 채 대기업 여신에만 치중한 나머지 STX그룹, 쌍용건설, 동양그룹, 동부그룹 등의 부실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해외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돈도 얼마되지 않는다.

결국 총자산이 1700조원에 육박해 830조원에 불과한 보험사보다 덩치가 두 배나 큰 은행이 순이익에서 뒤처지는 일이 벌어졌다. 2005년 13조6000억원이었던 은행의 순이익은 지난해 6조200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지만, 같은 기간 보험사 순익은 3조3000억원에서 6조6000억원으로 두 배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