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결과는 ‘민심 문재인, 당심 박지원’으로 요약된다. 민심이 당심을 가까스로 누르면서 문재인 의원이 신임 대표로 선출됐다.
문 대표는 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총 득표율 45.30%로 박지원 의원(41.78%)을 간발의 차로 제쳤다. 압도적인 국민 지지가 없었다면 승패가 뒤바뀌었을 수도 있을 만큼 아슬아슬한 차이다. ‘문재인 대세론’이 무색한 신승이었다.
이로 인해 전당대회를 마친 일부 당원들 사이에서는 말싸움이 벌어졌다. 박 의원의 지지자들은 “선거 무효” “살림을 따로 하자”며 흥분했다. 인터넷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문재인 대표를 혼내준 박지원 의원에게 고맙다” “박지원 의원의 석패로 문재인 대표가 뜨끔했을 것이다”라는 의견이 당원들 사이에서 새어나왔다.
민심과 당심의 격차는 숫자로 나타난다. 문 대표는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58.05%를 얻어 박 의원(29.45%)을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하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 박 의원은 45.76%로, 문 대표(39.98%)를 여유 있게 앞섰다. 일반당원 여론조사에서 박 의원(44.41%)은 문 대표(43.29%)를 1.12% 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대의원 현장투표의 경우 문 대표가 45.05%의 지지를 얻어 박 의원(42.66%)을 가까스로 꺾었다. 하지만 대의원 투표는 계파의 ‘조직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계의 지지를 받은 문 대표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당심에서는 박 의원의 우세가 뚜렷했다고 볼 수 있다.
대선 후보의 인지도와 당 외곽의 강력한 지지층이 문 대표의 당선에 결정적 영향을 준 셈이다. 문 대표가 투표 직전 ‘정계은퇴’까지 시사하면서 배수의 진을 친 이유도 ‘야권 유력 대선주자를 주저앉힐 수 없다’는 여론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심과 당심이 엇갈린 결과가 나오면서 문 대표에게는 당내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당원들의 지지 없이는 당을 이끌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고위원 경선에서 비노(비노무현) 주자인 주승용 후보가 당심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오른 것은 비노 진영의 친노 견제심리가 작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임성수 김철오 기자
“박지원에게 질 뻔했던 문재인, 뜨끔?”… 민심과 달랐던 당심
입력 2015-02-08 2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