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가까스로 승리한 문재인호 출범...박근혜정부와 선전 포고

입력 2015-02-08 20:50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8일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문 의원은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8전당대회(제1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45.30%의 득표로 박지원(41.78%), 이인영(12.92%)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박 의원과는 3.52% 포인트 차에 불과한 진땀 승리였다.

그러나 ‘문재인호’(號)는 당선 직후부터 “박근혜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증세와 복지 문제 등을 놓고 향후 대여 관계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당 내부적으로는 분열된 당을 추스르고 4·29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한다는 부담스러운 과제를 안고 있다. 다만 문 대표는 9일 제1야당 지도부로는 최초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오랜 야권의 금기를 깨면서 중도·보수층 끌어안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표는 당선과 동시에 ‘강하고 선명한 야당’을 내걸었다. 그는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박근혜 정권에 경고한다”며 “민주주의와 서민경제를 계속 파탄 낸다면 전면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세 없는 복지 논쟁, 법인세 인상 및 부자 증세, 공무원연금 개혁 등 굵직한 현안을 놓고 여야간 충돌이 예상된다. 앞서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원만한 대여 관계를 추구했었는데, 앞으로는 확연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기싸움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문 대표는 지난 대선 이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이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논란 등을 거치면서 이미 박 대통령과 확실한 대립각을 세웠다.

문 대표가 유력한 야권 차기 대권주자이고, 내년 4월 치러지는 20대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점 등을 감안하면 제1야당의 야성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문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총·대선 플랜이 슬슬 가동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문 대표는 현장투표 직전 마지막 연설에서 “우리당을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확 바꾸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표가 대여 전선을 펼치기 위해서는 내부 단결을 끌어내야한다는 지적이다. 전대 과정에서 친노무현 대 비노무현, 영남 대 호남 프레임이 두드러지며 후보들 간 신경전이 치열했다. 문 대표와 박지원 의원은 다른 정당 소속인 것처럼 치고받았다. 문 대표에게 당 통합이 ‘발등에 떨어진 불’인 것이다. 문 대표 역시 이러한 점을 잘 인식한 듯 계파 청산, 용광로 정당 등을 다짐했다.

곧 있을 당직 인사나 4월 보궐선거 공천에서 문 대표가 ‘탕평’에 성공한다면 찢어진 당을 조기에 수습할 수 있다. ‘친노 패권주의’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비노무현 진영을 달래고, 당명 변경을 놓고 신경전을 펼쳤던 안철수 의원과 화합하는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반대로 조기에 당내 갈등을 수습하지 못할 경우, 당 외부의 원심력이 이번 보궐선거부터 시작해 내년 총선까지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엄기영 임성수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