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앞길은 첩첩산중… 친노·비노 갈등은? 증세·연금 논쟁은?

입력 2015-02-08 18:46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임대표 앞에는 당 안팎의 과제가 첩첩산중이다. 우선 전당대회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 당내 친노(친노무현)와 비노 간의 갈등 수습이 최우선 과제다. 또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 ‘삼각편대’에 맞서 ‘증세 없는 복지’ 논쟁, 공무원연금 개혁, 자원외교 국정조사 등 예민한 국회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코앞으로 다가온 4월 보궐선거와 당의 명운이 걸린 내년 총선도 풀기 쉽지 않은 숙제다.

◇극심한 네거티브로 드러난 ‘한 지붕 두 가족’ 통합=이번 전당대회에서 문 대표와 박지원 의원은 다른 정당 소속인 것처럼 치고받았다. 친노를 이끄는 문 대표와 비노 대표주자로 나선 박 의원이 각각 ‘영남 대표론’, ‘호남 소외론’ 등을 언급하면서 영·호남 대결 구도가 부각됐다. 또 선거 중반에는 문 대표의 ‘호남 총리’ 발언이 돌발적으로 불거지면서 호남·충청 경쟁 구도가 나타나기도 했다. 선거 막판에는 ‘여론조사 룰’ 문제로 서로를 향해 ‘비열’ ‘저질’이라는 험한 비난도 주고받았다. 그러잖아도 당의 고질병인 친노·비노 갈등이 이번 전대로 치유하기 힘든 지경으로 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였다. 이미 당 외부에는 정동영 전 의원이 주축이 된 ‘국민모임’이 세를 불리기 시작했다.

문 대표에게는 당 통합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일단 당직 인사부터 ‘탕평’에 나서야 찢어진 당을 수습할 수 있다. 문 대표 스스로도 “대표가 되면 계파의 ‘기역(ㄱ)’자도 안 나오도록 다 끌어안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문재인이 당 대표가 되면 당이 쪼개질 것”라는 야권 일각의 우려가 기우였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셈이다.

문 대표가 조기에 당내 갈등을 수습하지 못할 경우, 당 외부의 원심력이 보궐선거부터 시작해 내년 총선까지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첨예한 국회 현안, 코 앞 보궐선거 등 숙제 첩첩=문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 동안 2012년 대선 때보다는 다소 중도적인 입장을 보였다. 문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 내내 ‘소득주도성장론’을 강조하며 경제와 안보 문제는 여당과 협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문 대표는 통합진보당과도 선을 긋고 있다. 또 대선 당시에 참배하지 않았던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도 갈 의사가 있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다소 온건해진 입장으로 여당과 협상의 여지는 커진 셈이다.

하지만 문 대표는 선거 막판 “박근혜 정권과 전면전을 하겠다”며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당내 갈등이 심해질 경우, ‘외부의 적’인 여당과의 전선에서 강경론을 내세우면서 당내 반발을 무마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국회 현안도 만만치 않다.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증세 없는 복지’ 논란과 공무원 연금개혁 논의, 자원외교 국정조사 등은 여야의 팽팽한 입장 차이로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태다.

문 대표가 대선 후보를 지냈긴 했지만 정치 경력은 짧다. 반면 새누리당은 노련한 김무성 대표. 개혁적 보수인 유승민 원내대표가 쌍두마차로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표의 정치적 경쟁자들이 다 만만찮은 인사들인 셈이다.

4월 보궐선거도 다가오고 있다. 선거구는 야권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하지만 통합진보당과의 연대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정의당, 국민모임 등도 후보를 낼 가능성이 높아 야권 후보가 난립할 전망이다. 이 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문 대표 출범 직후부터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내년 총선 준비도 힘이 부칠 수밖에 없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