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핑계로 검찰 소환조사에 불응하던 라응찬(77)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6일 ‘신한사태’와 관련해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가운데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가 8일 라 전 회장에 대한 엄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검찰은 라 전 회장의 소환을 미루다 사건 발생 5년이 돼서야 그를 소환했다”며 “중증치매라던 라 전 회장은 소환 당시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다는데 검찰이 그동안 소환을 왜 미뤄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검찰이 라 전 회장의 불법·비리 행위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엄벌을 추진하지 않으면 수사 담당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부에 대한 감찰을 법무부 등에 요청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라 전 회장 등이 고객 정보를 장기간 조직적으로 불법조회하고 유출했다며 9일 라 전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등을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할 계획이다.
이들 단체는 “라 전 회장 측이 지난 2010년 정동영·박지원·정세균·박영선 의원 등 당시 민주당 의원 일부와 신상훈 당시 사장 지인 등에 대해 거래내역 등 비공개 금융정보를 조회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 정권에 대한 라 전 회장 측의 로비 의혹도 제기했다.
이들은 “신한은행 간부급 직원 제보에 따르면 신한사태 발생 직후인 2010년 11월쯤 라 전 회장이 예고없이 중국을 방문해 류우익 당시 주중 대사를 만나 신한사태 관련 로비를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라 전 회장은 MB정권 당시 ‘영포라인’과 ‘상촌회’(상주촌놈회)의 비호를 받는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며 “류 전 대사와 라 전 회장이 모두 상촌회 회원이라는 점 등을 종합하면 로비 의혹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신한의 내부 비리 사건인 신한사태는 지난 2010년 신한은행이 전임 은행장인 신상훈 당시 신한지주회사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의 갈등이 드러났다.
라 전 회장이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을 시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하지만 라 전 회장은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이유로 신한사태 공판에 수차례 출석하지 않았다.
치매라던 라 전 회장은 그러나 지난해 연말 신한은행 송년모임에 참석하고 지난달 말 농심 사외이사에 선임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불거지자 라 전 회장은 뒤늦게 사외이사에서 자진 사퇴했다.
시민단체들은 서진원 신한은행장의 와병으로 새 은행장이 선임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신한사태를 전후해 불법행위를 주도한 이들을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내놨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
“치매 핑계대던 라응찬 이번엔 안 통해” 시민단체 고발
입력 2015-02-08 17:23 수정 2015-02-08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