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서 피격 후 구조’ 거짓말 NBC 간판 앵커 브라이언 윌리엄스 하차

입력 2015-02-08 16:56
AFPBBNews=News1

미국 NBC 방송 메인뉴스인 ‘나이틀리 뉴스’의 진행자이자 간판 앵커인 브라이언 윌리엄스(55)가 이라크 전쟁 취재 과정에 겪은 ‘무용담’에 대한 진위 논란이 일자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윌리엄스는 NBC 직원들에게 “내 행동이 뉴스의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 데 대해 매우 가슴이 아프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고 앵커직에서 잠시 물러날 뜻을 밝혔다고 미국 현지 언론들이 7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그는 “뉴스를 취재하고 소비하는 일에서 내 행동 때문에 내가 뉴스에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 고통스럽다”며 “돌아올 때까지 우리를 신뢰하는 사람들이 믿을 만한 자격을 갖추고자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윌리엄스는 2003년 이라크전 취재 당시 자신이 탄 헬기가 이라크군에 피격됐다가 미군에 극적으로 구출됐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피격 당사자인 헬기 승무원들이 “윌리엄스는 사고 이후 현장에 도착했다”며 이의를 제기, 논란이 일자 “사실을 혼동했다, 순간적으로 미쳤던 것 같다”며 사과했다. 이를 계기로 윌리엄스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취재 당시 홍수 속 피해자 시신을 봤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까지 진위 논란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날 야후뉴스는 전쟁이나 분쟁지역 등에 대한 체험과 관련된 허언·날조는 윌리엄스의 것만이 아니다면서 과거 유명인사들이 유사한 허언을 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던 사례를 재조명했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사례가 이번 사건과 유사하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08년 한 연설에서 “영부인 시절인 1996년 보스니아 방문 시 저격수의 총격 속에 착륙해 환영행사 대신 고개 숙인 채 차로 뛰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과 당내 경선을 벌이던 그는 자신의 풍부한 외교안보 경험을 강조하기 위해 ‘살’을 붙였다가 보스니아 내전은 이미 끝난 시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