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외교장관 회담-박 대통령 전승행사 참석 여부 논의(?)

입력 2015-02-08 16:07

뮌헨안보회의 참가차 독일을 방문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8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한·러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양국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는 게 외교부 설명이지만, 주된 의제는 오는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러시아 대통령실(크레믈린)은 박 대통령 뿐 아니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행사에 초청한 바 있다. 만약 박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남북 정상이 조우할 가능성이 높다. 김 제1비서는 러시아 초청에 응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반면, 박 대통령은 외교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참석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다.

양국 외교장관 회담은 아직 어느 쪽이 먼저 제안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박 대통령의 전승 기념식 참석 여부에 대한 우리측 입장을 미리 확인하려는 러시아가 급하게 외교장관 회담을 제의해와 급하게 성사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장관은 현지에서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전승 기념식 참석 여부는) 마지막 단계에서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꽉 찬 외교일정과 국제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제1비서가 참석할지도 명료하지 않다”면서 “다만 박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그것(김 제1비서 방러)와는 별개 문제”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남북 뿐 아니라 미국 독일 등 서방국가 정상들의 전승 기념식 참석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러시아 측은 이번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우리 측 견해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정부는 독립국가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에는 반대하며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원론적 의견만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러 외교장관 회담은 2013년 7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